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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7시 55분발 심천 행 비행기 <ZH9788>을 기다리는 114번 출구.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인천공항'은 정말 공항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일류 공항이란 생각이 든다.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출구 로비에 앉아 있노라면 마음은 늘 이미 하늘을 날고 있다. 낯선 것,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오늘 같이 하늘이 나의 눈높이까지 낮게 내려앉고, 속삭이듯, 속삭이듯 비가 내리는 날은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창이 넓은 카페에 가고 싶다.저마다 지닌 목숨의 무게만한 가속도로 빗물 속을 자맥질하며 흘러가는 풍경들을 보고 싶다.흐르는 물살을 따라 나도 흐르고, 시간도 흐르고..... 그렇듯 문득 ..
처음에는 귓가에서 맴돌던 소리, 이내 마음으로 내려앉는 아우성 아니다 아니다 도리질 쳐도 틀림없이 느껴지는 소리 아우성 비 내린 후 고개를 드는 봄풀의 몸짓으로 몸살처럼 왔다 간 기억, 그 희미한 끝으로부터 다시 다가오는 소리 아우성 봄으로 가는 길 늘어진 우리의 어깨를 치며 점점 더 확실..
항상 이별을 생각했지. 필연적으로... 조숙했던 우리들..... 대화는 빗나가고 신문을 보면서도 行間의 숨은 의미만을 읽으려 했을 뿐 대부분의 말들을 믿지않았다 선배들은 어느 날부턴가 문득 실어증을 앓고 그들의 침묵만큼이나 긴 오후가 흘렀다 예정된 기다림은 그렇게 다가왔다 깨진..
성큼 다가온 봄 햇살을 받으며 터덜터덜 무심하게 도로 위를 걷다가 문득 친구가 그리워 무작정 전화를 했습니다. 작고 갸냘픈, 그래서 수선화 같은 친구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습니다. "왜 이렇게 잠수가 긴 거야?" "그냥...." "별일은 없고?" "응..별일 없어...미안하다" "나에게 미안할 거야..
대학시절 자주 가던 카페 벽면에 붙어있던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는 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격동시켰던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폭풍의 시절, 그 한복판을 통과해야 했던, 감수성 예민한 청년들에게 잠시나마 정서적 여유와 마음의 여행을 허락했기 때문이 아..

[현대어 해석]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중수한 곳인 소성경(小城京-작은 서울)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임을 이별하기보다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리고라도 사랑만 해 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 고려가요, '서경별곡' (1)연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김소월, '진달래꽃' 전문 예나 지금이나 이별은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저마다의 사랑에 쏟아부었던 정념이 크면 클수록 감내해야 하는 이별..
冬至(동지)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春風(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얼마나 절창인가. 황진이에 의해 '시간에 대한 주관적 변용'이 이루어진 대표적 시조다. 동짓달의 기나 긴 밤, 시간은 남아도는데, 정작 사랑하는 임은 ..
오래 묵은 이야기를 한 토막 해 보자. 다 아는 빤한 이야기다. 때는 전국시대다. 위앙()은 진(秦)나라 효공(孝公)을 찾아가 제도(帝道, 五帝의 道)와 왕도(王道, 聖王의 道)로 설득했으나, 효공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다시 패도(覇道)를 가지고 일장 설화를 늘어놓으니, 효공은 반색을 하고 위앙을 등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