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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존재의 비극과 그 아이러니(Irony)

달빛사랑 2009. 9. 30. 20:22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사자의 결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사자의 장점을 지렛대로 해서
그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내가 말하는 걸 알 수 있겠어?
다시 말하면 인간은 각자가 지닌 결점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질(美質), 즉, 타고난 장점이나 아름다운 성질에 의해서
더욱 커다란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상)', 385쪽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왕(Oedipus Rex)'에서 오이디프스가 그렇다.
신들이 오이디푸스에게 내린 운명은 더 없이 가혹했고,

그런 운명과 싸운다는 것은 처음부터 가망 없어 보이지만

오이디푸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과 대결하고

또 그것을 자신의 의지로 받아들인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진실'을 외면한다면

파국을 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보다는 명예를, 외면적 가치보다는 내면적 가치를,

정신적 죽음이 아닌 육체적 죽음을 선택한다.

오이디프스의 '미질(美質)'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절대의지, 비타협성, 운명애가 오이디푸스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못하는 나에게도 모종의 '미질'은 존재한단 말인가?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니, 과연 그런 것이 있긴 한 것인가?
미적인 덕목도 없이 세상과 인간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분명한 것은 '난' 유력한 '미질'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ㅠㅠ
그리고, 미질이 비극의 근원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소유하지 않았다고 '장밋빛 인생'이 보장되는 것 또한 아니라는 것...^^
생각해보면... 인생은 참 재밌고도... 아이러니컬하다.

어/렵/다. 

 

 

 

첨부파일 Six_pieces_for_violin_&_Organ_op.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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