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사설]불도저 정권의 '밀어붙이기'가 빚은 참사 (경향신문에서 펌) 본문
서울 용산의 재개발지역 4층 건물에서 농성 중이던 철거민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을 포함, 6명이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사망한 사건은 그동안 없지 않았으나 이처럼 한꺼번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사건이 충격적인 만큼 정치 사회에 미치는 파장 또한 크고 오래갈 것 같다.
우선 지적할 것은 공권력의 무리한 개입이다. 재개발 지역에서 개발 사업자와 철거민 사이의 충돌은 심심찮게 있는 일이다. 사업자가 폭력배를 동원해 철거 대상 주민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따위의 위급한 상황이 초래되지 않는 한 경찰은 끼어들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경찰은 철거민들이 농성에 들어간 지 25시간 만에 강경 진압에 나서는 무리수를 뒀다. 농성자들이 새총을 이용해 유리구슬을 쏘고 골프공과 화염병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하나, 그 정도의 행위가 공공의 안녕에 심대한 위협을 준다고 볼 수는 없는 만큼 변명이 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사회취약 계층에 불과한 철거민을 상대로 무자비한 진압을 했다는 점이다. 테러와 같은 비상상황에 쓰라고 국민 예산으로 양성해놓은 정예요원을 동원하는가 하면 지나가는 시민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8차선 도로를 차단하고 살수차와 기중기, 컨테이너, 대형트럭을 이용해 작전에 나서는 대담함을 보였다. 철거민 농성장에 화염병이 수북이 쌓여있어 조금만 삐끗해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상황임을 뻔히 보면서도 밀고 들어갔다.
경찰은 왜 이렇게 무모한 작전을 하게 됐을까. 우리 경찰은 한동안 보수세력으로부터 공권력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시위진압시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일련의 시국사건을 겪으며 정권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자 강경기조로 급선회했다. 촛불시위대를 군홧발로 짓밟고 유모차 아줌마들에게 소환장을 보내 겁을 주는 공안통치 시대의 행태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방송장악을 노골적으로 기도하고, 교과서를 강제로 수정하는 등 여러 부문에서 강도 높은 밀어붙이기가 잇달았다. 신임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그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는 촛불수배자를 검거한 경찰관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가 하면 경찰청장에 내정되자 일성으로 “불법 폭력시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천명했다. 정권이 이런 사람을 높이 평가해 경찰 총수자리에 앉히는 분위기다 보니 밑에서도 ‘돌격 앞으로’와 같은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공안통치’와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참화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경찰 지휘부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겠지만 정권 차원에서도 국민 앞에 진심어린 반성이 있어야 한다. ‘밀어붙여’로 일관하는 정권의 불도저 코드가 바뀌지 않는 한 비극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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