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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부처님의 자비가 온 세상에 가득하길 ❚ 오늘은 음력 4월 초파일,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모든 지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혹독한 수행 끝에 얻은 석가세존의 깨달음은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일까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석가세존이 중생을 제도(濟度) 하기 위해 설파한 가르침의 핵심인 대자대비(大慈大悲)는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슬퍼하며 대가 없는 사랑을 무한정 베푸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공감의 마음이자 배려의 마음이고 이타적인 희생의 마음이자 연대의 마음일 것이다. 이러한 공감과 배려, 희생과 연대의 마음은 많은 국내외적 환란과 갈등이 범람하는 요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오..

여름의 하루하루가 숨 가쁘게 흐르다 보니 어처구니없게도 오늘이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헷갈리기까지 했다. 아니, 아예 수요일이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정신없었다. 수, 금요일은 교육청 ‘가족 행복의 날’이라서 평소보다 출퇴근이 30분 빠르기 때문이다. 출근한 후 실내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을 듣고서야 오늘이 화요일이란 걸 비로소 알았다. 보운 형은 킬킬 웃으며 “그럴 때 있어” 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요일을 헷갈린담. 아무튼 스스로 민망해서 나도 킬킬 웃었다. 요 며칠 계속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다녔는데, 오늘은 아침에도 전혀 썰렁하지 않았다. 내가 용인(?)할 수 있는 여름의 가장자리가 바로 요즘이다. 더 깊숙이 여름 안으로 들어가면 여름과 나는 적대적 관계가 될 것이다.점심때는 ..

1년 만에 다시 경인일보사에 들러 ‘푸른 인천 글쓰기 대회’ 출품작들을 심사했다. 윤식 형은 작년보다 부쩍 쇠약해진 모습이어서 맘이 아팠다. 하긴 형도 나이가 얼추 80에 가까우니 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스무 살 시절에 만나 벌써 40년을 만나왔다. 형도 늙었고 나도 늙었다. 대회 출품작들의 수준은 예년보다 다소 떨어졌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보다 유튜브나 SNS에 더욱 빠져 지내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이들의 문해력은 점점 떨어질 게 틀림없다. 비디오(영상)가 라디오 스타(소리)를 죽인 건 이미 오래되었고(Video kill the radio star), 이제는 종이책마저 아이들의 책상에서 구축(驅逐)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이번 아이들..

밤새 숙취로 고생했다. 막걸리와 소주를 섞어 마셔서 그런 건지 좀처럼 겪지 않던 일을 겪었다. 결국 새벽에 메슥거려 잠이 깨었고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나서야 속이 편해졌다. 어제 잠자기 전에도 토했는데 오늘 새벽에 다시 토하니 등과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렇게 까라져서는 오전 내내 잠만 잤다. 점심때쯤 일어나 갖은 채소를 집어넣어 해장라면을 끓여 먹었다. 저녁에는 누룽지와 찬밥에 달걀과 콩나물을 넣어 죽처럼 끓여 먹었다. 어제 그토록 많은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내내 맑았다.

영근 형 가신 지가 벌써 18년이 되었다. 세월 참 더럽게 빠르다. 그 18년 동안 나도 많이 변했고 세상도 변했다. 변하지 않은 건 18년 전에 죽은 형밖에 없다. 지금 나보다 한참 어린 나이에 하늘에 들었으니, 나중에 형을 만나면 내가 인사를 받아야 하나? 오늘 18주기 추모식과 박영근 작품상 시상식에 다녀왔다. 원래는 신트리공원 시비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려 했는데,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부평구청 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진행했다. 비가 왔어도 ‘올 사람’은 다 왔더라. 추모 행사와 문학상 시상식을 마치고 참석자들은 빗속을 걸어 모두 시비 앞에 모여 막걸리를 뿌리며 다시 한번 영근 형의 안부를 물었다. 누군가의 선창으로 영근 형의 시구에 안치환이 곡을 붙인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

물론 관리하지 못한 나의 게으름에 1차 책임이 있다. 체중이 많이 늘었다. 작년, 담배를 끊고 난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던 몸무게의 수준까지 얼추 도달했다. 74kg. 작년 6월에 76까지 나가던 몸무게를 큰맘 먹고 노력해 63kg까지 감량했었다. 불과 3개월 만에 13kg을 감량한 것이다. 나의 결단력에 놀라기도 했고, 나름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귀가 먹먹해지는 증상은 물론이고 변비가 찾아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감량으로 인해 피부가 늘어져 마치 중병을 앓고 있는 노인처럼 얼굴과 목이 쭈글쭈글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어디 편찮으신 데 있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물론 각종 건강 지표들이 좋아졌고 아랫배가 쏙 들어가 옷을 입었을 때 맵시가 살아..

어버이날인 어젯밤(8일)에 있었던 일들을 오늘 옮겨 보며...... 전날 심형진 선배 모친 빈소에서 조문하고 인성여고 이 모 선생과 차기 교육행정 수장을 마음에 두고 있는 임 모 선생을 만나 함께 식사하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을 때 10분 터울을 두고 후배 은준과 아들에게서 동시에 전화가 왔다. 은준의 전화는 용무가 뻔한(술 마시자는) 전화였고 아들의 전화는 ‘어버이날’ 면피용 전화였다. 하지만 둘 다 반갑기는 했다. 은준의 전화는 빈소 떠날 기회를 엿보던 나에게 핑곗거리가 돼주었고, 아들의 전화는 그냥 반가웠다. 의무감이든 아니든 자식의 목소리를 반가워하지 않은 아비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나 역시 은근히 아들의 전화를 기다렸던 터다. 명색이 어버이날인데 자식에게 잊힌 아비처럼 아들로부터 전화..

"당신과 당신의 꽃밭을 생각합니다. 분주한 오후의 해가 때때로 뜨거운 신발을 벗고 한참을 머물며 그림자 장난을 하던 그 꽃밭에, 여리고 목마른 꽃들만 남겨둔 채 엄마꽃 당신은 어디쯤에서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하는 것인지요. 언제나 가장 곱고 투명한 시간만 골라내어 내게 주셨던 당신…… 보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고 보니 부모님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가슴이 먹먹하고 뜨거워집니다. 사람마다 부모님에 대한 애정 표현 방식과 감정의 농도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부모님은 무슨 일이 있든 항상 내 편이 되어주시는 고마운 분이십니다. 부모님들은 매 순간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 생활의 신산(辛酸)함과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며 눈물을 감춰오셨을 겁니다. 오늘은 그분들의 은혜를 생각하며 나지막이 “어머니, 아버지!”를 불러..

사흘째 종일 비가 내리네. 이 비 그치면 여름은 더욱 깊어져 있을 거야. 물론 비를 좋아하는 나는 사흘 동안 기분 좋았어. 예보에 의하면 내일은 쾌청하다는데, 사흘 내내 비를 봤으니 이제 햇볕 볼 때도 됐다고 생각해. 몇 개의 업무를 처리하고 오후에는 아래 어금니 임플란트를 점검하러 치과에 가야 했지. 우산 받쳐 들고 치과 가는 길, 반팔 입고 나왔더니 바람 불 때는 살짝 소름이 돋았어. 하지만 추운 것과는 달랐어. 오히려 상쾌했다고 해야 할까. 임플란트 공식(?) 진료 일정은 오늘이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아뿔싸! 완벽주의 원장님은 교합지를 여러 번 깨물게 해 보더니, 왼쪽 (어금니) 임플란트 교합이 맘에 안 든다며 다시 만들겠다는 거야. 또 일주일 연장이 된 거지. 하지만 나는 이런 더디지만 확실한 ..

5월은 아름답습니다. 온갖 꽃으로 화려했던 완숙해진 봄이 꽃잎을 버리고 푸른 잎을 내밀며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가는 징검다리 계절입니다. 독일 시인 하이네는 5월을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에도 사랑의 꽃을 피우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달이라고 표현했고, 또 감미로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 푸른 하늘은 가히 여왕의 품격에 걸맞은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해서 뭇사람들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부릅니다.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가족끼리 소통하고 돈독한 사랑을 나누라는 의미에서였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5월이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물론이고, 5월의 한복판에는 스승의 날도 있고 며칠 뒤에는 부부의날도 있습니다. 만약 여유롭고 아름다운 날들만 펼쳐진다면, 생각 같아서는 일 년 내내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