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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이런 날도 있어야지 (5-12-월, 맑음) 본문

일상

이런 날도 있어야지 (5-12-월, 맑음)

달빛사랑 2025. 5. 12. 23:29

 

전형적인 초여름 날씨였다. 아침에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한낮의 기온이 22도까지 오른다고 해서,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출근했다. 물론 레이어드룩을 위해 안에 흰색 티셔츠를 받쳐 입어서 홑 티셔츠를 입었을 때처럼 춥진 않았다.

 

오전부터 아는 선배들과 지인들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시끌벅적했다. 나를 만나러 온 건 아니고, 김 목사의 주선으로 교육감과 함께 점심 먹으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원래 유쾌하고 수다스러운 사람들이라서 그들의 목소리를 신경 쓰지 않고 일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도 그 테이블에 끼어들어 수다를 떨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11시 30분쯤 식당으로 이동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최모 교수가 “문 시인도 같이 가는 거지요?” 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요, 저는 약속이 있어요. 다음에 함께해요. 선배님” 하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사실 약속은 없었다. 거짓말이었다. 그냥 귀찮았다. 최 교수가 귀찮은 게 아니라 식당 ‘삿포로’까지 따라가서 선배들 틈에 막내로 앉아 있다가 밥만 먹고 오는 게 내키지 않았다. 일행 중 하나인 우 선배가 “그럼 문 시인 나중에 봐”하고 사무실을 나간 후, 나는 구내식당에 가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가 그냥 돌아왔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고, 지난주보다 더욱 봉긋해진 아랫배가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선배들이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눌 때, 우 선배가 김 목사를 보고 “아이고, 목사님, 배 많이 나오셨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 가 봐요?” 할 때, 나도 모르게 내 아랫배를 내려다봤다. 아직은 못 봐줄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섭식(攝食)을 관리하지 못하면 나도 조만간 배불뚝이 아저씨가 될 건 불 보듯 뻔하다. 아무튼 그래서 사무실에 있는 곡물 스틱 4개를 먹은 후 저녁까지 굶어보기로 했는데, 문제는 이 과자류의 음식들이 당 지수가 무척 높다는 것이다. 물론 혈당 스파이크를 불러일으킬 만큼 높은 당 지수는 아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무심코 넘길 일은 아닐 성싶다.

 

또한 이런 과자류가 건강에 별로 좋지 않은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자주, 그리고 많이 먹지는 않지만, 오늘처럼 점심을 거르는 날, 저녁까지 허기를 속이기 위해 가끔 먹는다. 조심해야 할 것은, 과자류는 아이스크림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하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라는 새우깡 CM 송도 있듯, 과자는 한번 먹기 시작하면 바닥이 보일 때까지 계속 먹게 된다.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


만나자는 몇 통의 전화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내일 후배 현식과 영필을 만나 술 마시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튿날 선약을 이유로 전날 술 약속을 거절하다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술꾼들에게는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다. 어제 마셨다고 오늘 안 마시는 일은 술꾼의 가오가 아니었으므로 몸 사리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이제는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게 관리해야만 그나마 오래 술 마실 수 있다.

 

오늘은 웬일인지 내 주식들의 주가가 모두 상승했다. 아침에 보였던 상승폭이 오후가 되면서 뚝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 빨간색으로 마무리되었다. 투자 총액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17,000만 원쯤 손해보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날이 있어야 꿀꿀하지 않지. 초여름 햇살이 얼마나 좋았다고. 내일은 또 언제 올랐냐는 듯 다시 뚝 떨어지겠지만, 심지어 오늘 오를 폭보다 떨어진 폭이 더 크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야. 암,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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