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빗속에서 저무는 내 소중한 봄날 (5-9-금, 오전에 비) 본문
종일 비 내렸다. 오전에 그치려니 했는데 오후까지 내렸다. 이렇게 추적추적 종일 비 내리는 날이면 마음도 빗물에 둥둥 떠다닌다. 그냥 좋다. 이런 날은 마음도 순해져서 내게 상처 준 누군가의 실수도 눈감아 줄 듯하다. 내 소중한 봄날은 빗물 속에서 저무는데, 그리운 사람들은 모두 있는 곳에서 안녕하신가요?
비가 온 탓에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김 목사님과 둘이 먹었다. 일부러 늦게 식당을 찾아 줄 서지 않고 곧바로 먹을 수 있었다. 국 대신 내가 좋아하는 닭 수프가 나왔고 오이와 상추 샐러드가 메뉴로 나왔다. 맘에 드는 메뉴였다. 오후에는 음악을 듣거나 밀린 일기를 썼다. 마치 군대의 말년 병장처럼 지냈다. 최근 들어 (퇴사할 때가 다가오니) 곤란하거나 귀찮은 일은 주무 부서 팀장이나 장학사들이 대신해주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많은 편이다.
택배 올 게 있어서 사무실에서 조금 일찍(오후 5시) 나왔다. 우세는 약했으나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거리를 걸으며 ‘이번 주말에는 아무 계획이 없군’ 하고 생각하자 괜스레 마음이 편해졌다. 뉴스에서는 시간 단위로 속보가 떴다. 야당 후보의 사법 위기는 일단 급한 불을 끈 것 같고, 여당 후보 사이의 단일화는 후보 사이의 동상이몽이 커서 쉽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막을 알고 보니 세상에, 세상에…… 그야말로 저질 코미디였다. 우리 국민은 우매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만큼 명민한 동시에 저질 코미디 주인공들의 허튼짓에도 30%가 넘는 지지를 보낼 만큼 너그럽다(우매하다).
오늘 누군가가 나를 찾으면 나는 그를 사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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