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눈빛, 몸짓만으로 전하는 사랑 (5-11-일, 맑음) 본문
조지아의 조용한 산골 마을. 도시에서 시골로 돌아온 ‘이바’는 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곤돌라의 새로운 승무원이 된다. 그렇게 승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바’는 반대편 곤돌라 승무원 ‘니노’와 자꾸만 눈이 마주친다. 농부와 아이들, 가축과 포도주 등을 실어 나르며 두 사람 사이에 오가던 시선은 서로를 향한 장난스러운 몸짓, 체스 한 수, 멜로디 한 조각이 되고 나중에는 서로 경쟁하듯 새로운 아이디어로 곤돌라를 치장하여 (곤돌라를 배, 우주선, 기차 등으로 꾸며) 상대에게 웃음(호감, 마음)을 준다. 그렇게 곤돌라가 교차할수록 두 사람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고 서로를 향한 마음은 점점 커간다.
영화는 이 모든 마음의 변화 과정을 무성영화처럼 대사 없이 몸짓과 눈빛만으로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주인공들에게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다) 감정이 이입되어 어느덧 그들과 같이 웃고, 울고, 맘이 설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야말로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많은 의미를 우리에게 던지는, 불립문자, 이심전심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두 주인공의 감정 변화와 애틋한 마음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조지아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농부들의 순수한 삶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 한편으로 크게 힐링이 되는 영화다.
뒤쪽으로 가면서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래서 관객들은 영화 앞부분에서는 ‘맞아, 이럴 수도 있지’라는 공감의 미소를 짓지만, 뒷부분에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판타지를 보는 느낌으로 쿡쿡 미소를 짓게 된다. 물론 앞부분이든 뒷부분이든 둘 다 유쾌한 느낌의 미소인 건 동일하다. 소품 같은 느낌의 영화지만, 보고 나면 썩 기분이 좋아지는 (나는 그랬다) 그런 영화다. 요즘 같은 그악스러운 시절에 관람하고 나면 뭔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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