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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잔인한 봄날의 일기① (3-27-목, 비 오고 갬) 본문

일상

잔인한 봄날의 일기① (3-27-목, 비 오고 갬)

달빛사랑 2025. 3. 27. 23:37

 

 

춘래불사춘, 올봄을 일컫는 말로 이보다 적합한 말이 있을까. 기왕에 봄은 왔지만, 봄이 오는 길에 우울도 함께 왔는지 나의 봄은 온통 우울하다. 내 안도 바깥도 온통 우울한데, 혹시 내 우울과 당신의 우울이 만날까 두렵다.

 

늦은 밤, 카페 ‘산’ 대표인 후배 성식이 전화해서는 “형, 우린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야. 아니에요?” 하고 묻고는 뭔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놨는데 졸려서 무슨 말을 했는지 잘 생각나진 않는다. 다만 “조만간 밥 먹어요. 제가 살게요”라는 말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할 말을 마친 성식은 “형, 이제 혁재 바꿔줄게요” 하며 혁재에게 전화를 넘겼다. 그는 약간 취한 목소리였고, 로미 씨도 함께였다. 어머니의 안부부터 물었더니 “괜찮아요. 아직은” 했는데, '아직은'이라니? 사실 그건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엄마를 요양원에 보낸 후 마음의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두 명의 엄마를 돌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혁재는 오랫동안 그 일을 했다. 그가 매일 술 마시고 다녀도 뭐라 할 수 없는 건 그 때문이다.  

 

오늘 하루 내가 받은 전화는 성식과 혁재의 전화가 다였다.

정신없는 세상을 저주하며 사는 사람치곤 꽤 조용한 하루였다.

내일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디 사람 맘대로 되는 일이겠는가.

내일은 시장을 보러 가야겠다. 비타민D가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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