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경칩인 오늘, 종일 원고 교정 (3-5-수, 흐림) 본문
어제 오후부터 오늘 늦은 밤까지, 종일 윤 대표로부터 부탁받은 자서전 교정을 봤다. 원고 대부분이 최근까지 생활정보지에 연재했던 글이어서 기본 교정은 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창작 수준으로 윤문해야 할 만큼 엉망은 아니었고, 뭐랄까, 글마다 편차가 컸다고 할까. 어떤 건 깔끔한데 또 어떤 건 맞춤법과 띄어쓰기, 호응이 깨진 비문들이 부지기수였다.
원고의 양은 글자 A4 용지 250쪽 분량(크기 10포인트)이었다. 텍스트와 교정자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하루에 꼼꼼하게 읽고 교정할 수 있는 최대치는 70~80쪽이다. 물론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15시간 이상 교정만 한다면 100쪽까지도 가능하겠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렇게 무리해서 일하진 않는다. 이 자서전의 교정을 끝내려면 꼬박 사나흘은 걸릴 것 같다.
한편, 원고 내용 상당 부분이 장애우를 위한 봉사활동 경험을 기록한 글이라서 읽는 내내 가슴이 자주 먹먹해졌다. 특히 지금은 철거된 송현동과 송림동에 걸쳐있던 수도국산 주변, 일명 ‘똥 고개’ 일대에서 살던 빈민 장애우 이야기를 읽을 때는 여러 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런 종류의 글을 교정할 때는 글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쉽게 감정이 이입되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사랑을 오랜 기간 묵묵히 실천해 온 성공회 신부인 저자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출간 일정이 촉박하다는 윤 대표의 하소연 때문에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계속 원고를 붙잡고 있었다. 심지어 오늘, 사무실에 있을 때는 점심도 걸렀다. 보운 형도, 김 목사님도 다 외출했기 때문에 나는 (3월 인사이동으로) 새로이 전입한 직원들이 가져온 떡이나 과자로 점심을 때웠다. 떡 한 덩이와 커피 한 잔, 그리고 견과류 한 봉지를 먹었더니 퇴근할 때까지 견딜 만했다. 퇴근 후에도 11시가 훌쩍 지나도록 교정만 했다. 눈이 침침해지면 쉬었다가 다시 했다.
그렇게 어제부터 조금 전까지 얼추 190쪽 교정했다. 내일 50~60쪽만 더 하면 끝날 것 같긴 한데, 내일 오전 10시에는 민주화운동센터 직원 채용 면접 심사하러 가야 한다. 그게 몇 시에 끝날지 알 수 없으나 만약 오전에 끝난다면 내일 퇴근 전까지는 교정을 완성해서 윤 대표에게 전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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