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민주화운동센터 직원 면접 (3-6-목, 맑음) 본문
민주화센터의 업무가 많아져 새 직원을 뽑게 되었는데, 자문위원 중 한 사람을 반드시 심사위원으로 위촉해야 했던 모양이다. 어제 퇴근길에 급하게 연락받고 오늘 아침 센터에 심사하러 갔다. 처음 사무처장 L의 전화를 받았을 때, 될 수 있으면 나 말고 다른 위원에게 연락해 보라고 신신당부했는데, 결국 내가 가게 되었다. 하긴, 심사 하루 전에 연락해 오전 2시간 정도를 뺄 수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시간 내기 곤란했을 것이다.
약속 시간(10시)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직원으로부터 심사와 관련한 참고 사항을 브리핑받고, 접수된 지원자들의 신청 서류들을 검토했다. 민주화센터에서 1차로 서류 심사를 진행해 최종 4명만 올려 보냈기 때문에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꼬박 두 시간 걸려 12쯤에야 끝났다. 왜냐하면 그 4명에게 각각 30분의 간격을 두고 참석 시간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면접을 빠르게 진행해도 어차피 마지막 응시자의 면접은 11시 30분이었다.
면접 심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곤혹스러움은 자식 같은 응시자들의 절박한 표정을 대면하는 일이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다 훌륭한 인재들인데, 모집 인원수에 제한이 있다 보니 응시자 대부분은 탈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펙은 좋은데 팀원과의 융화가 우려되는 사람도 있고, 스펙은 부족하나 인성은 정말 좋아 보이는 지원자들이 있을 때,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참 고민된다. 능력을 볼 것인가, 성격을 볼 것인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인데,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업무는 능력보다 성격이 좋은 게 장기적으로 좋을 수도 있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일에는 성격보다는 일 처리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늘 면접은 심의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었기 때문에 합격자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모두 절박해 보이고, 모두 성격들이 좋아 보였으나 이번에 뽑는 직원은 홍보 담당 직원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업무 능력 등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 합격한 직원은 26세의 젊은이였는데, 여성이었지만, 성격도 호탕하고 경험도 많으며 전문성도 갖추고 있었다. 다만 우려되는 건 민주화센터의 월급이 박봉인데(연봉 2,500만 원) 그 좋은 스펙에 다른 직장 생각 안 하고 센터에서 오래 일할 수 있겠는가였다. 면접 때 그 점을 물어봤더니, (일단 말로는) 자신은 민주화센터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을 고민하는 의미 있는 직장’이라서 지원한 것이라고 심사위원이 요구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 말, 믿어도 되냐고 웃으며 물었더니, 어린 지원자는 “믿으셔도 됩니다” 하며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나중에는 어찌 될지 알 수 없으나 순간 기분이 환해졌던 건 사실이다.
면접 마치고 사무처장 L과 센터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했다. 지난 번 왔을 때보다 밥 값이 천 원 올라 6,500원이었다. 식사의 질은 그리 나아진 것 같진 않았다. 구내식당의 가격 마지노선은 5천 원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비싸게 느껴졌을 것이다. 우리 교육청 구내식당의 밥값은 4,500원이다. 메뉴도 다양하고 맛도 좋다. 어쩌면 교육청이 좋은 거지 센터 지하 식당이 나쁜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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