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중국 드라마 '삼체'(29부작)를 보다 (2-26-수, 맑음) 본문
『삼체』를 사서 1권만 읽고는 팽개쳐둔 지가 꽤 오래되었다. 그 당시 바쁘기도 했지만, 문과 출신인 내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양자물리학, 나노과학, 초끈이론,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 전문적인 과학 이론들이 너무 많아 속도감 있는 독서를 방해했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을 때 하나하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내용을 확인하거나 책의 여백에 메모한 후 독서를 이어가기 때문에 (1권은 그런대로 진도가 나갔으나) 낯선 개념이나 모르는 단어가 많으면 독서 속도가 현저하게 더뎌진다. 2권에서는 더욱, 그야말로 ‘공상 과학적인’ 황당한 상황과 과학 관련 전문 용어들의 향연이 펼쳐졌는데, 사실 그런 용어들을 그냥 뭉뚱그리고 읽어도 흥미진진한 소설이긴 했지만, 나의 독서 스타일로는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작년에 넷플릭스에서 ‘삼체’ 8부작을 방영한다기에 '옳거니!' 하고 (소설 이해를 위해) 시청했는데, 이건 원본을 너무 많이 각색해서(주인공의 성별은 물론 이름도 달라졌다) 소설을 읽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 29부작 중국 드라마를 알게 되었는데, 이 드라마는 상당히 충실하게 소설 원본을 반영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인물의 이름, 그들 사이의 대화, 주요 사건의 진행 순서가 소설 속 내용과 똑같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시리즈가 소설 1권의 내용만을 극화했다는 점이다. 조만간 시즌2와 시즌3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만약 그 시리즈들도 이번 드라마처럼 소설의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한다면, 소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본 후, 다시 소설을 훑어보는, 중층적인 독서를 한다면 『삼체』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아무튼 결국 내가 읽은 1권의 내용을 드라마의 형식으로 다시 한번 감상한 셈인데, 소설을 읽을 때 모호했던 이미지가 드라마를 통해서 구체화된 것도 있고, 내가 생각했던 환상적인 이미지가 드라마에서 다소 싱겁게 표현된 것도 있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했던 건 사실이다. 아울러 드라마는 역시 우리나라가 잘 만든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재확인했다. 1.5배속으로 봤는데도 어젯밤부터 오늘 밤까지 꼬박 15시간이 걸렸다. 물론 중간에 밥 먹고 쉬고 잠자고 운동한 건 당연지사! 다른 건 몰라도 중국의 컴퓨터 그래픽 수준은 칭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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