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오랜만에 영화 관람, '위키드' (11-20-수, 비) 본문
어젯밤 유튜브를 보다가 '위키드' 개봉 소식을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개그우먼 송은이, 김숙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비보 TV'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해당 채널에서는 영화 '위키드'의 한국어 더빙판에 참여한 뮤지컬 배우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엘파바 역의 박혜나, 글리다 역의 정선아, 모블리 역의 정영주 등 익숙한 배우들이었다.
사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유명한 이 작품은 그전부터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에 이 작품이 처음 소개된 것은 오리지널 팀이 내한 공연을 한 2012년이다. 이듬해인 2013년 한국 라이선스 초연이 이루어졌고, 2021년에는 삼연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와 세계관이 연결되는, 다시 말해 '오즈의 마법사' 프리퀄 같은 작품이라서 판타지를 좋아하는 나는 이 뮤지컬에 많은 매력을 느껴왔다. 그러던 차에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바로 예배 사이트에 들어가 예매부터 했다.
그리고 영화 정보를 검색해 보니, 관람객들과 평론가들마다 칭찬 일색이다. 오늘 개봉하는 영화인데 어떻게 보고 관람평을 올린 걸까? 아마도 시사회를 통해서 본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늘 책상 앞 32인치 모니터나 거실 TV 화면으로만 영화를 보던 내가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점심으로 떡국을 끓여 먹고 나오느라 시간을 지체해서 영화 시작 15분 전에 간신히 도착했다. 자칫 늦을 뻔했다. 서둘러 티켓을 발권한 후 10관이 있는 6층으로 올라갔더니 다행히 입장은 시작되지 않았다. 개봉일이라서 그런지 관객은 나를 포함해서 서너 명이 다였다. 각종 광고 영상이 5분 정도 나오고 정확하게 1시 30분에 영화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한국어 더빙 버전이었던 것이다. 약간의 텀을 두고 인천 cgv 여러 관에서 동시 상영되는 이유를 확인했어야 하는데, 예약 가능한 시간 중 가장 빠른 상영 시간만 찾느라 (더빙판인지 오리지널인지)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탓이다. 물론 더빙판 가수들의 노래 실력과 더빙 실력도 훌륭해서 (실제로 그들이 뮤지컬 무대에서 공연해 온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데는 크게 문제 될 게 없지만, 문제는 극장의 음향시스템 자체가 왕왕 울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큰소리로 노래를 하거나 여러 사람이 합창을 하면 그 노래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는데, 다행히 영화가 진행될수록 나의 청각도 극장 음향 시스템에 적응이 되었는지, 모든 노래와 대사들이 정확하게 들렸다.
영화는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영화 끝나기 10여 분 전부터 펼쳐지는 장쾌한 액션 씬은 역사에 남을 만큼 압권이었다. 역시 같은 영화라도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것과 극장에서 보는 건 천양지차다. 하물며 이 영화를 3D나 4D로 보게 된다면, 아마도 나는 영화 속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며칠 잠을 설칠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관람료가 너무 비싸다는 말들이 많은데, 적어도 이 영화는 돈이 아까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집에 돌아올 때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집 앞에서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샀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페 '산'에서 만난 후배들 (11-22-금, 맑음) (2) | 2024.11.22 |
---|---|
대기질은 별로였지만, 쇼핑은 즐거워라 (11-21-목, 흐림) (1) | 2024.11.21 |
그리고 많은 일들이 내게 있었다 (11-19-화, 맑음) (0) | 2024.11.19 |
겨울의 본대가 도착했다 (11-18-월, 맑음) (0) | 2024.11.18 |
주점 갈매기 17살 생일잔치 (11-17-일, 맑음) (1) | 2024.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