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대기질은 별로였지만, 쇼핑은 즐거워라 (11-21-목, 흐림) 본문

일상

대기질은 별로였지만, 쇼핑은 즐거워라 (11-21-목, 흐림)

달빛사랑 2024. 11. 21. 23:58

 

나 말고는 아무도 출근하지 않아서 혼자 고즈넉하게 일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었다. 김 목사가 우리 방에 합류하고 나서부터 방문객이 많아진 탓에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보운 형은 어차피 일주일에 두 번만 나오기 때문에 자주 맞닥뜨릴 일이 없지만 김 목사는 5일 내내 나오므로, 이전처럼 조용한 사무실에서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를 시청하며 나 혼자 일하는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가끔 오늘처럼 혼자 사무실을 지키며 일할 때가 너무도 좋다. 다만 한 가지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점심을 혼자 먹어야 한다는 것 정도.

 

오전에는 신한은행에 들러 수표를 입금한 후 내가 현재 사무실에서 키우고 있는 화초들에 물을 주었다. 그리고 중앙교육연수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무원들이 1년 안에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육 중 하나인 안보 관련 교육을 온라인으로 받은 후 이수증을 팀 주무관에게 발송했다. 복지 포인트 중 특별건강관리비로 제공받은 20만 포인트(1포인트가 1원)에 대한 차감 신청도 완료했다. 20만 포인트는 반드시 의료비로만 사용한 후 증빙을 위한 자료(각종 영수증, 진료기록 등)를 제출하면 현금 20만 원을 내 통장으로 돌려준다.

 

지난번에는 위내시경 검사 비용으로 지출한 3만 5천 원만 차감하고 나머지는 해가 다 가도록 쓰지 않아 소멸해 버렸다. 얼마나 아깝던지…… 올해는 얼마 전 받은 치과 진료비용 20만 원을 차감 신청했다. 치근이 드러나기 시작한 아랫니 두 개에 레진을 입힌 시술이었다. 그나저나 내가 다니는 ‘용치과’의 비용이 너무 비싸다. 과잉 진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대충 진료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면 4~5만 원이니, 진료비 무서워 어디 자주 들를 수나 있겠나. 그렇게 탐욕을 부리면 환자들이 떠날 텐데…….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치과에 손님이 통 없다. 정말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이라면 자업자득일 터이다.

 

저녁에는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각종 채소를 넣은 비빔밥이라서 건강에도 나쁠 건 없었는데, 문제는 국물이 없다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한 뻘짓이 아닐 수 없다. 킥킥! 저녁 먹고 운동 한 시간 한 후, 쉬면서 이것저것 쇼핑을 했는데, 이를테면 포기김치, 갓김치, 라면 한 박스, 블랙야크 등산화, HP 레이저 프린터, 탈모 방지용 샴푸 등등 품목도 가지가지다. 이 많은 것을 사들인 까닭은 남은 2024년도 공무원 복지 포인트를 다음 주까지 다 써야 했기 때문이다. 깜빡 잊고 쓰지 못하면 남은 포인트는 다음 해로 이월되지 않고 그냥 소멸한다. 당장 필요한 것과 오래전부터 구매를 별렀던 것들을 남은 포인트 범위 내에서 사들인 것이다. 물건을 주문할 때는 신이 나더라. 다시 또 킥킥! 고작 50여만 원 정도의 소비 행위에도 이렇듯 신나는데, 하룻밤에 수백, 수천을 쓰는 부자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야말로 돈 쓰는 맛을 좀 알고 싶다. 세 번째로 킥킥킥!

 

자서전 의뢰인 권 선생은 정말 반죽도 좋아. 오늘은 뜬금없이 “문 선생님, 출판기념회 순서에 대해 알려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솔직히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했는데, 어른이니 어쩌겠나. 어쩔 수 없이 대략적인 순서와 참고할 사항을 카톡으로 보내주긴 했는데, 나 원 참! 아무튼 참 대단한 분이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