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카페 '산'에서 만난 후배들 (11-22-금, 맑음) 본문
혁재와 성국, 시인 후배 산이가 카페 '산'에서 공연한다.
늦가을 밤의 을씨년스러움을 몽글몽글하고 로맨틱하게 만들어줄
그들의 목소리와 기타의 선율, 기대된다. 분명 선물 같은 밤이 될 것이다. [카페에 가기 전]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바람, 근직, 창호, 선아 그리고 자운 누나, 신미선 선생 등 한 동안 못 봤던 선후배들을 혁재와 산이의 공연 덕분에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첫 번째로 공연한 산이는 노래를 부르기 전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은 뒤, 자작곡 노래들을 3곡 불렀다. 세 노래 모두가 죽은 애인과 후배 시인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해서 놀라웠다. 바로 이어서 혁재가 꽃을 들고 나와 무반주로 자작곡 한 노래를 대화하듯 불렀는데, 최근에 만든 노래인지 처음 듣는 곡이었다. 그리고 늘 익숙한 지인들 앞에서만 공연하다가 오랜만에 낯선 손님들 앞에서 공연해서 그런 걸까, 결코 무대에서 떨지 않는 혁재가 오늘은 공연 중에 긴장한 게 느껴졌다. 꽃을 든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노래를 한 곡 부르고 나자 비로소 목이 트이고 혁재 특유의 바이브가 살아났다. 마지막으로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인 성국이가 익숙한 팝송을 3곡 불렀고, 앙코르가 나와서 2곡을 더 불렀다. 손님들의 호응이 매우 뜨거웠다. 그런 관객의 반응에 고무되어 성국의 표정과 몸짓도 밝고 커졌다. 그 세 사람의 공연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노래했는데, 어쩌면 하나같이 노래를 잘하는지, 정말 모두가 가수였다. 인생도처 유상수라는 말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인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을 때, 조정 선배(시인)가 뒤늦게 도착했다. 선배와 마주 앉아 대화할 때, 근직이가 무대에 올라 노래했다. 앞서 공연한 세 사람만큼이나 호응이 좋았다. 연이어 터진 앙코르 요청에 근직이는 두어 곡을 더 부르고 무대를 내려왔다.
오늘 인상 깊었던 일, 재작년인가 혁재가 동화마을에서 공연할 때, 그 자리에서 나에게 인사하고 싶다며 다가왔던 여성을 오늘 다시 만났다. 분명 낯익은 얼굴인데 어디서 봤는지 생각이 안 나 궁금해 하고 있을 때 그녀 쪽에서 먼저 "맞아요, 예전 동화마을 오셨을 때 우리 인사했지요? 춤도 같이 췄잖아요" 하며 아는 체했다. 그때서야 그녀가 누군지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 맞다. 그때는 모자를 쓰고 있었지요? 그래서 몰라 봤네요." 했더니, "맞아요. 그때는 제가 모자 쓰고 있었어요." 하며 환하게 웃었다. 약간 취한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내 자리 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악수를 청했다. 그때도 오늘도 늘 그녀 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부러운 성격이 아닐 수 없다. 혁재와 선아에 의하면 남편이 언더 쪽에서는 유명한 가수였고 안타깝게도 몇 년 전 사별했다고 한다. 아무튼 재미있는 인연이란 생각이 든다.
모두들 밤 샐 생각인 것 같아서 중간에 먼저 간다고 양해를 구하고 카페를 나왔다. 혁재와 로미가 따라와 택시 올 때까지 함께 기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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