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밀린 숙제 하기 (12-3-화, 맑음) 본문
오랜만에 찬 하늘에 뜬 맑은 해를 보았다. 기온은 최저 영하 4도, 최고 영상 4도, 제법 겨울다웠다. 오전에는 그동안 게으름 피우다 처리하지 못한 숙제들, 이를테면 정기건강검진과 폐암 검진 등의 일정을 예약했고, 작가회의 연회를 납부했으며, 엄마 4주기 추모예배 일정을 확정해 가족들에게 통보했다. 맘만 먹으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왜 매번 차일피일 미루며 마음의 부담으로 안고 사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확실히 나는 MBTI 유형 중 P 성향의 인간이다.
점심은, 보운 형도 김 목사도 모두 외출해서 구내식당에서 혼자 먹었다.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직장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은 늘 어색하다. 부서 식구끼리 우르르 몰려와 수다 떨며 함께 식사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혼자 밥 먹는 걸 '오히려' 좋아하는 나조차도 회사 식당에서는 예외다. 왕따가 아니라면 구내식당에는 혼자 갈 일이 아니다.
오전에 폐에 이상 소견이 있어 정밀 검사를 받게 된 친구를 만나러 갔던 보운 형은 오후 2시쯤 돌아왔다. 형 나를 보자마자 "큰 병원에 가서 검사하라고 했대요" 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큰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 보세요'라는 동네 병원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때 당사자는 얼마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겠는가? 내가 알고 있는 몇몇 사례에서도 의사 입에서 '큰 병원'과 '정밀 검사', 이 두 단어가 조합되어 나왔을 때, 상황이 늘 안 좋았다. 나의 큰 매형도 동네 병원 의사로부터 '빨리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받아보세요"라는 말을 듣고 길 병원 응급실에 들었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친구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보운 형을 보면서 괜스레 감정이 이입되어 나 또한 우울해졌다. 사실 내 친구들 또한 누구를 만나든지 요즘의 화두는 건강이다. 친구 중에는 이미 건강을 잃고 정양 중이거나 치료 중인 친구들도 있고, (조만간 건강을) 잃을 조짐이 있어 수시로 검사받으며 노심초사하는 친구들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내 또래인 60대들은 대개 한두 개의 기저 질환을 앓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건강이 화두인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조차 건강 얘기만 하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니 좀 (건강에 관한 관심이) 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칫 방심하면 불과 며칠 몇 달 사이에 엊그제 만난 친구를 빈소의 영정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을.
사족, 오늘 많은 종목의 주가가 상승했다. 내가 가진 종목들도 (올랐어도 여전히 마이너스인 삼성, 네이버와 나스닥 ETF, 카카오, 테슬라, 금호) 모두 플러스다. 얼마나 갈까 모르겠지만, 이럴 때도 있어야지. 걱정스러운 것은 혈당이 최근 급격히 높아져 어떤 날은 식후 2시간 혈당이 300에 육박하기도 한다. 직장에서는 식사 후 집에서 하는 강도와 시간만큼 운동하지 못하다 보니, 대체로 청에 나와 혈당을 재면 이렇듯 높게 나온다. 이건 심각한 일이다. 위기감을 가져야 할 일이다. 관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밤의 코미디 쇼 (12-4-수, 흐리고 맑음) (1) | 2024.12.04 |
---|---|
12월은 사랑만 가득하길 (12-2-월, 흐리고 비) (0) | 2024.12.02 |
12월의 첫날, 그리고 후배의 평론집 (12-1-일, 흐리고 비) (2) | 2024.12.01 |
분주했던 주말 (11-30-토, 흐리고 잠깐 비) (0) | 2024.11.30 |
대학 선배를 만나다 (11-29-금, 흐림) (1) | 2024.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