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흐르는 짐승들의 시간 (10-12-목, 맑음) 본문
먼 곳에서 또 전쟁이 터졌다. 미사일과 로켓포가 날고 건물이 부서지며 사람들의 몸이 장난감처럼 터졌다. 알라의 자녀들은 전쟁과 상관없는 민간인 여성들을 납치해 고문하거나 죽이고 달리는 차 안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야훼의 자녀들은 보복을 다짐하며 수천 발의 포탄을 민간인 거주지역에 투하했다. 대체로 아이들과 노인들의 팔과 다리, 머리가 바숴지고 몸통이 터졌다. 그들이 믿는 신은 그 광기 가득한 살육의 현실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인간이 자신의 품격과 존엄을 스스로 포기할 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우리는 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살육의 현장을 보면서 주식을 걱정하고 애인과의 테이트와 오르는 대출 이자, 오늘 저녁 메뉴를 생각한다. 전쟁이 일상이 된 그들의 삶을 게임처럼 바라볼 뿐인 것이다. "음, 저 친구들 또 시작이군."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다. 종교는 아편보다 무섭다. 종교적 신념은 그 무엇보다 잔인하다. 이미 죽었거나 살아 있어도 자신의 신민을 외면한 게으르고 멍청한 신들의 대리전에서 죽은 애꿎은 인간들의 피가 신전을 가득 물들이고 있다. 야만의 계절이자 짐승들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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