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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내가 가진 밤의 지분 (10-13-금, 흐림) 본문

일상

내가 가진 밤의 지분 (10-13-금, 흐림)

달빛사랑 2023. 10. 13. 17:52

 

금요일은 익숙한 유혹이 방문하는 날이다. 오후가 되면서 유혹은 내 마음 언저리를 배회하며 눈치를 본다. 갑자기 오래전 기억들이 두서없이 떠오른다. 어긋난 애인과의 약속, 자주 가던 카페의 익숙한 냄새, 늘 흐렸던 내 마음처럼 조도가 낮은 흐린 전등이 기억 속에서 흔들거린다. 그때 나는 도깨비바늘 씨처럼 집요하게 달라붙는 쓸쓸한 기억을 털어버리기 위해 방 안이나 사무실 안을 서성거린다. 오후가 지나고 점점 어둠이 짙어지면 유혹은 고비를 맞는다. 나도 유혹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혹은 무너뜨리기 위해 더욱 안간힘을 쓴다. 가끔 나는 깨어짐의 미학을 생각하거나 신파조의 눈물과 사려 깊지 않은 감상의 편한 달콤함을 잊을 수가 없어서 스스로 유혹 쪽으로 걸어갈 때도 있다. 내가 눈물을 보이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밤이 시작되면 유혹은 슬며시 등을 보인다. 내가 고비를 넘는 순간이고, 내 몫의 어둠이 도시의 모든 틈 속으로 스며드는 순간이다. 그때 나는 어둠에는 나의 지분이 많다는 걸 생각한다. 유혹이 배회하던 자리를 쓸쓸함이 대체한다. 금요일의 밤은 마음껏 깊어 간다. 그건 필연이다. 유혹은 금요일마다 익숙한 얼굴로 방문하곤 하지만, 정작 내가 마음을 여는 것은 물결 같은 저 어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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