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아, 날씨 좋다! ❙ 치과진료 (10-11-수, 맑음) 본문
날이 너무 좋아서 가슴이 설렌 날이다. ‘적어도 가을의 얼굴은 이래야지’ 하며 자주 하늘을 올려다봤다. 점심 먹고 치과에 들러 수술 부위를 소독했다. 생각보다 아무는 속도가 더디다며 원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 상태는 미묘하게나마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고 있다. 빠르게 아물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더욱 나빠지지 않고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주말에는 임시 치아를 벗어놓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 수술 부위의 회복 속도가 평소보다 빠르다. 확실히 수술 부위가 눌리면 눌릴수록 통증이 느껴지고 상처도 늦게 아문다. 이번 주말에는 집에 콕 틀어박혀 지내야 할 것 같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온갖 축제들이 올가을 경쟁하듯 앞다투어 열리고 있다. 아는 작가들의 전시와 출판, 공연 소식들도 이메일과 SNS 문자로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거의 집에 칩거하고 있을 뿐 현장에 나가지 않은 지 오래다. 경력 쌓기식 전시나 이미 봤던 작품들이 대부분인 초대전 형식의 전시는 재미도 없고 작가나 기획자의 게으름이 느껴져 나가지 않는다. 공연이나 축제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족적인 축제, 배설하듯 쏟아내는 축제, 지원금 소비를 위해 열리는 축제는 신물 난다. 가을에 열리는 축제 중 태반이 돈이 아까운 축제다. 축제 경비는 바로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단체장들은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세금을 펑펑 쓰며 영양가 없는 축제를 연다. 그리고 지원금 사냥꾼들은 그런 단체장과 지자체의 욕망을 살살 긁어주며 사업을 따내고 함량 미달의 축제를 열곤 한다. 나 역시 한때는 그런 축제를 만드는 일에 공력을 쏟아부은 적이 있다. 그래서 잘 안다. 내가 속한 단체도 현재 그런 지리멸렬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솔직한 나의 생각이다.
요즘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답답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부모님께도 나 자신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다시 살고 싶다. 나에게도 판타지 영화 같은 일이 한번쯤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긴 40대 후반부터 최근까지의 나의 삶이 어떻게 보면 판타지 영화보다 더 극적이긴 했지만……. 가을이 점점 깊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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