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종일 흐림, 그러나 비는 잠시 소강상태 본문
출근 전에 아침운동을 다녀왔고, 시리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했으며 수면도 적당하게 취했다. 오늘도 날씨는 종일 흐렸다. 장마의 영향인지 날도 덥지 않아 흐린 날이었지만 난 오히려 상쾌했다. 정신과 의사가 흐린 날을 좋아하는 건 확실히 평범한 정서는 아니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의 정서는 평범하지 않다는 말일 텐데, 나는 오히려 그 말이 맘에 든다. 평범한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어려운 건 싫다. 그렇다고 쾌청한 날을 싫어하진 않는다. 각각의 날들은 모두 다른 얼굴과 표정을 갖고 있다. 그 얼굴과 표정 중에 흐린 날의 표정이 좀 더 마음에 와 닿을 뿐이다.
8시쯤 청사에 도착해 내부 통신망에 접속해 팀 서무 주무관의 자료 제출 리스트를 확인했다. 대부분 공무원 의무 교육과 온라인 연수를 일정 내에 마치고 이수증을 차질없이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모든 교육을 마치고 이수증을 출력해 놓은 상태라 특별히 할 게 없었다. 문자로 편할 때 와서 가져가라고 말해 놨다. 나는 정책기획팀 소속이지만, 팀원들과 사무실을 따로 쓴다. 정책기획팀의 사무실은 2층에 있지만, 나는 3층 교육감실 바로 앞 보좌관실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서류 제출할 일이 있으면 팀 서무 주무관이 올라와 받아간다. 가끔은 내가 2층으로 내려가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는 않다. 우수운 일이지만 나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우리 팀원들의 얼굴도 잘 모른다. 7월 인사에서 또 누가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사무실이 다르기 때문에 특히 팀 서무가 다른 부서로 가면 여러 모로 불편하다.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했다. 머리를 깎을까 생각하고 단골 미용실에 갔다가 손님이 많이 밀려 있어 그냥 왔다. 집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거실 분위기에 변화를 줄 겸해서 소파와 몇몇 가구의 배치를 바꿨다. 훨씬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 식탁을 창문 쪽으로 옮겨놓은 게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제 거실에 나와서도 작업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 식탁이 거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는데, 잘 사용하지도 않는 6인용 식탁이 비로소 책상 대용으로 쓸모를 얻게 되었다. 이제 손님이 오면 거실로 옮겨진 식탁을 테이블 삼아 그곳에서 차도 마시고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 바닥에 앉는 것보다 의자에 앉는 게 훨씬 편하다.
저녁 때에는 정말 은준이나 혁재에게 연락해 술 한잔하자고 전화할 뻔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평생 마실 술, 며칠 더 안 마신다고 뭔 탈이 나겠는가 싶어서다. 그나저나 이제 시가 나를 찾았으면 좋겠는데.... 시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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