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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바다에 가고 싶다 : 6월 25일 토요일, 흐림 본문

일상

바다에 가고 싶다 : 6월 25일 토요일, 흐림

달빛사랑 2022. 6. 25. 00:50

 

 

차를 타고 30분만 서쪽으로 가면 월미도와 연안부두가 있고, 소래 포구도 동네에서 지척인데 바다를 본 지 너무 오래됐다. 사춘기 시절, 교복을 입은 채 술에 취해 가끔 바다를 찾았다. 그때만 해도 월미도 해변에는 순찰하는 초병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기껏해야 나보다 서너 살 많았을 앳된 군인들은 가끔 나에게 다가와 학생증을 요구했다. 하나같이 검게 탄 얼굴과 힘줄이 불거진 팔뚝들을 하고서..... 수상할 게 전혀 없는 내게 (아니다. 툭하면 혼자 와서 바다를 노려보던 소년이 수상하진 않아도 이상하긴 했겠지) 굳이 다가와 학생증을 요구한 것은 아마도 군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의뭉스러운 장난이었을 것이다. 가끔 동행이 있을 때는, 성격이 괄괄한 친구와 시비가 붙기도 했지만, 그들의 어깨 위로 불쑥 올라와 있던 M16 총신(銃身)은 앳된 그들의 얼굴과는 달리 매번 두렵고 낯설었다. 홀로 바다를 찾았을 때, 초병들의 장난 같은 검문을 제외하면, 일렁이는 파도와 눈높이로 어지럽게 날아다니던 갈매기, 흘러간 트로트가 무한 반복되던, 거리로 배를 내민 스피커들은 너무도 정겨운 포구의 풍경들이었다. 과시를 위한 독서와 철학자의 이름만 일부러 외우며 차곡차곡 쌓아가던 무정형의 개똥철학이 바다를 촉매로 소년의 서정과 만나 조금씩 조금씩 화학반응을 일으키던 시절이었다. 두툼한 일기장에 월미도 풍경을 스케치하고 잡문과 시로 그것을 빽빽하게 채워가던 때, 내 인생에서 가장 순정한 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때..... 비 오니 문득 그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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