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장맛비, 오후부터 장하게 쏟아지고 본문
장마가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잔뜩 흐렸던 하늘은 오후가 되면서 간간이 비를 뿌리다가 저녁때가 되어서는 양동이로 내리붓든 거센 물줄기를 쏟아부었다. 하늘이 구멍 난 듯 쏟아져 내리는 비로 인해 길 가던 행인들은 갑자기 부산해졌고, 일부는 건물의 현관이나 가게의 캐노피 아래에서 비가 잦아들 때까지 잠시 머물렀다. 이런 날은 지인들과 더불어 막걸리를 마시거나 창이 큰 카페나 술집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곤 했는데, 오늘은 신경마비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다. 거의 회복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며 눈 꽉 감고 사람들을 만나러 갈매기에 가볼까 생각해 봤지만, 그건 정말 무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밤에는 엄마들(큰엄마, 친엄마)께 식사를 챙겨주고 난 혁재가 전화를 걸어 나를 위로했다. “형, 오늘 같은 날, 술도 못 마시고……. 아쉬워서 어떡해요? 저는 지금 산이랑 막걸리 마시기 시작했어요.” 하며 한숨까지 쉬던 혁재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숭의동 병균이도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그는 이미 집에서 혼자 전을 부쳐놓고 술 마시고 있었다. 후배들에게 전화를 받고 있을때도 창밖에서는 여전히 장한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은, 누군가 내게 술 마시자고 강하게 권유했다면 나는 분명 그를 만나러 집을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내 지인들은 하나같이 배려심이 많아서 병중에 있는 나를 불러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평소에는 고마웠겠지만, 오늘같이 시원하게 비 내리는 날에는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다. 적어도 비는 내게 물색없이 그런 맘을 갖게 한다. 비가 내리면 환장하게 되는 건 나의 오랜 지병이다. 다행히 워낙 우세(雨勢)가 장하다 보니, 집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모두들 있는 곳에서 저마다 행복한 거지? 난 늘 이곳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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