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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민연 후배들과 만나다 본문

일상

민연 후배들과 만나다

달빛사랑 2020. 10. 12. 00:06

 

 

볕의 걸음걸이를 따라 분주하던 마음이 비로소 빗장 거는 저녁 텅 빈 사무실 겸손한 불빛은 꼭 제 몫만큼만 빛을 흘린다 떨어진 빛들은 구슬처럼 구르고 문을 닫는 마음의 푸른 힘줄과 빗장뼈가 보일 때쯤 하나둘씩 찾아드는 내 것 아닌 마음들 욕망이라 부를까 미련이라 부를까 집착이라 불러도 상관없을 가을밤은 촘촘히 깊어가고 부산한 마음들의 난장(亂場) 속에서 유순한 마음 몇 개 주머니 속 가방 속 더러는 머리카락 속에 주저앉히고 익숙한 밤거리로 발 내딛는다 온전한 마음이 스스로를 감금한 시간 속에서 붉고 노란 가을이 깊다.


낮에는 혁재에게 전해줄 노트북을 (혁재가 사용하기 쉽도록) 세팅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혁재의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새로 만들었고 바탕화면도 혁재의 사진을 띄워 누가 보더라도 노트북 주인은 혁재라는 걸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비밀번호는 혁재의 생일인 10월 4일에 착안해서 만들었다. 우리말 빼고 이어 적으면 공교롭게도 1004가 된다. 노트북을 열기 위해서는 천사를 반드시 만나야만 하는 것이다. 기계와 친숙하지 않은 혁재지만, 모쪼록 유용하게 의미있게 노트북을 사용해주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는 일은 늘 기쁘다.


저녁에는 갈매기에서 후배들과 주꾸미 파티를 벌였다. 후배 금화가 직접 낚시로 잡아온 수십 마리의 주꾸미를 샤브샤브를 해서 함께 먹었다. 정아는 집에서 육수를 준비해왔고 인아는 각종 야채를 준비해 왔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찬희 형을 만나서 너무 좋았다. 뭔가 맛있는 게 생기면 굳이 연락해 이렇듯 자리를 만드는 후배들의 따사로운 마음이 늘 고맙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엄마가 편찮으셔서 일찍 들어왔다. 오늘 저녁은 다행히 누나가 수발을 들어주셔서 후배들과 오래 전에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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