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강화화문석 '왕골'> 사진전을 다녀오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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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존재가 발산하는 최후의 빛은 애잔하지만 아름답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한 존재의 생이란 하나의 우주이고 그 생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이다. 저 들판의 이름 없는 잡초와 구르는 돌멩이조차 각각의 생이 품은 기억과 상처들은 한결같이 지극하다.
따라서 소멸하는 존재들의 각각의 지극함에 눈길 주는 마음은 한 우주의 무게를 가늠해 보는 마음이자 이해하려는 것이고 기억을 하기 위한 의미 있는 말 걸기다. 자신이 품고 있는 우주의 정량을 가늠해 보면서 다른 우주들과 공감하고 소통하고 끝내는 하나가 되고자 하는 연민의 말 걸기다. 그것은 눈물겨운 일이지만 마지막 빛의 찬란함을 경험하는 소중한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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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시절,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갤러리(?) ‘응로’에서, 소멸하는 빛을 향한 연민의 말 걸기를 지속해온 서은미 작가의 두 번째 아카이브 프로젝트 <강화 화문석 ‘왕골’> 사진전이 열리고 있어 다녀왔다. 멸실의 위기를 이겨내고 살아남아, 밀교의 아지트처럼 좁은 골목을 통과해야만 닿을 수 있는 ‘응로’에서 이제 곧 전수의 맥이 끊길 운명에 처한 화문석 장인의 삶을 기록한 사진전을 연다는 것이 묘한 운명처럼 느껴졌다. 잊힌 기억, 희미해지는 역사를 복원하고 기록해온 서은미 작가의 작업을 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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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일정은 13일(화)부터 18일(일)까지고, 전시장은 11시에 열고 6시에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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