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엄마, 회복기에 들어서다 본문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다시 방문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상태를 보고 울기부터 하셨다. 오전까지도 엄마의 컨디션이 나아지지 않아 맘을 졸였다. 신음하며 누워 있는 엄마를 보는 건 너무도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엄마는 오늘 두 번이나 서럽게 우셨다. 불안하고 애잔한 마음에 오늘은 나도 출근하지 않았다. 그러던 엄마는 오후가 되면서 "호박죽이 먹고 싶으니 죽 좀 사다 다오." 하시며 음식을 찾았다. 보호사 아줌마가 서둘러 나가서 본죽 세 팩을 사 왔다. 엄마는 호박죽을 서너 숟갈 드시고 밀어놓으셨지만, 구토는 하지 않았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눈물 나게 기뻤다. 이후 한 시간 단위로 호박죽을 드시면서 혈색이 현저하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동치미를 드시고 싶다, 사이다를 사다 다오 하시면서 음식을 연이어 찾으셨다. 그것들을 사러 가는 발걸음이 날아갈 것 같았다. 저녁 때는 스스로 부엌에 가서 정수기 물을 받아 드셨다. 10시까지 소파에 앉아서 이 얘기 저 예기하다가 좀 전에 자러 들어가셨다. 잠드시길 기다렸다가 방문을 열어보니 신음소리 내지 않고 편안하게 주무시고 계셨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며칠 죽으로 속을 살살 다스린 후 병원에 가서 다시 진료를 받아볼 생각이다. 나 역시 불안하고 불편해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는데, 며칠 만에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서너 번 요 며칠 겪었던 조마조마한 상황을 또 겪게 되겠지만, 그건 나중에 고민해도 될 일이고 일단은 힘겹게 견뎌준 엄마가 너무너무 고맙다. 고마워서 꼭 껴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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