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엄마가 요즘 기운이 없다 본문
노인은 요즘 기운이 없다. 식사도 부실하게 하시고 말씀도 별로 없다. 표정도 어둡다. 누군가에게 혹은 무언가에 대해 불만이 있는 듯 앙다문 입술에 원망 어린 표정이다. 자신과 주변을 깔끔하게 관리하시는 노인이 몸이 불편할 때마다 보이는 표정이다. 그런 표정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득해진다. 뭔가를 드시고 체했을 수도 있고, 몸살 기운이나 감기 때문일 수도 있고, 문득 찾아든 노년의 쓸쓸함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식들이 뭔가를 서운하게 했을 수도 있다. 재작년인가 응급실에 실려 간 후 이내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경험이 있는 터라서 노인의 상태가 한층 신경 쓰인다. 얼마 전 감기가 들어 집에 들른 누나 때문이 아닐까 의심도 되고…… 나는 그저 가끔 누워계신 노인에게 "좀 괜찮으세요?"라고 묻는 것 외에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빨리 본래의 컨디션을 회복하셨으면 좋겠는데, 걱정이다.
어제 술자리를 복기하다―갈매기에 도착했을 때 정웅이가 있었고 정웅이가 가려고 할 때쯤 환경운동연합 형진 형이 들어왔고 잠시 후 혁재가 합석했다. 형진 형이 술값을 계산해주고 먼저 갔고 나와 혁재는 갈매기를 나와서 경희네로 2차를 갔다. 경희네에 들어간 지 30분이 지나자 갈매기 종우 형이 일찍 문을 닫고 경희네에 합류, 그리고 잠시 후 경희네 앞에 서울 택시가 한 대 정차하더니 산이가 문을 열고 걸어 나왔다. 한남동에서 택시를 타고 우릴 보러 온 것이다. 미친놈, 어지간히 외로웠나 보다. 5만 원 가까운 택시비를 내고 그 늦은 밤 인천에 내려온 걸 보면…… 하지만 나는 너무 피곤해서 산이와 마주 앉아 술 마실 수 없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서울이든 경기도든 술자리에서 나를 부르면 불원천리 달려가던 시절, 그때 누군가도 나처럼 혀를 찼을까. “술에 환장한 놈 같으니라고.” 하면서 말이다. 하긴 그렇게 무모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젊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어제는 몇 명을 만난 거야.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다시 응급실 行... 힘내요, 엄마 (1) | 2020.10.10 |
---|---|
'깜'과 식사하다 (0) | 2020.10.07 |
올들어 처음 바바리를 입은 날 (0) | 2020.10.05 |
햇살 투명한 일요일ㅣ막장 드라마에 대한 변명 (0) | 2020.10.04 |
어젯밤 내린 비로 가을은 더욱 깊어지고 (0) | 2020.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