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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올들어 처음 바바리를 입은 날 본문

일상

올들어 처음 바바리를 입은 날

달빛사랑 2020. 10. 5. 11:44

5시 30분에 일어나 연휴 기간에 하지 못했던 운동을 하러 센터에 갔지요. 불은 꺼져 있었지만, 걱정하진 않았습니다. 출입문에 써 붙여 놓은 비밀번호를 오가며 보았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내가 열 필요도 없었습니다. 체육관에서 오지랖으로 정평이 난 덩치 좋은 아저씨가 1층 입구로 막 들어왔거든요. 아줌마들과 특히 친한 그 아저씨는 일단 현관 철문을 부스럭거리며 열고 나서 안쪽 유리문에 달린 전자 열쇠(door lock)의 비밀번호를 서슴없이 누르더군요. 그분은 자주 혼자 문을 열고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그분과 둘이서 운동을 시작한 지 30여 분 지나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 한 명과 문을 연 아저씨에 버금가는 여성 오지랖의 지존인 아줌마 한 분이 들어왔습니다.

 

내가 아저씨와 아줌마 두 분에게 ‘오지랖’ 운운하는 것은 어쩌면 예의에 어긋나는 태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분들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격의 없이 말을 걸(어주)고 운동하고 있으면 다가와 이것저것 시시콜콜 조언을 해주는 분들이거든요. 하지만 조용히 혼자 운동하다 나오려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 친절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가끔은 성격일 게 분명한 그분들의 ‘친절’을 부담스러워하는 내가 조금 삭막한 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온정조차 불편으로 받아들이는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 풍조에 내가 편승한 것 같아서죠. 하지만 일방적인 친절은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건 다소 낯을 가리는 내 성격 때문일 겁니다. 아, 물론 오늘 보여준 아저씨의 오지랖은 (문을 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연휴 기간의 안부를 묻고 자신의 안부 또한 풀어놓은 건 당연한 일) 고마웠어요. 다만 이렇듯 새벽 시간 은밀하게 얼굴을 텄으니 앞으로 더욱 업그레이드된 친절 공세가 이어질 것 같아 걱정되긴 합니다만, 아무튼.

 

오랜만에 한 시간 동안 러닝머신 위를 걸었더니 마음도 상쾌해졌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오늘은 바바리를 입고 출근했습니다. 땀이 많은 내가 바바리를 입고도 더위를 못 느꼈다는 것은 분명 오늘 날씨가 추워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모르겠습니다. 한낮에는 어떨지. 하늘도 맑고 높고, 공기는 상쾌하고, 오늘 하루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한 지금 시간 8시 30분입니다.


졸린 오후에 몰려오는 잡념들, 오늘같이 햇살 투명한 가을날에는 공원에 앉아 낮술을 마시거나 지나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면 딱 좋지. 여행은 귀찮아서 패스. 기억력이 망둥이 수준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넉넉하게 펼쳐지면 정작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흐르는 시간을 망연하게 바라보고 있는 나. 뭔가 자극이 필요한데, 무기력하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뭔가를 하라고 충동질하는데, 몸이 영 따라주지 않으니 환장할 노릇. 아, 졸리고 피곤하다. 너무 일찍 일어났다. 거기다 아침부터 걷고 달렸으니 졸리고 피곤한 건 당연한 일. 이따가 갈매기 들러야 할 텐데, 걱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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