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영화를 보다 : 쥬만지-넥스트 레벨 본문
25년 전인 1995년, 영화 ‘쥬만지(Jumanji)'를 봤을 때 그 상상력과 스케일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인 지난 2018년에 개봉된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얼떨결에 게임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게이머들이 자신의 아바타(일종의 캐릭터)들을 활용해 단계별 과제를 완수해야만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설정의 영화였는데, 원치 않는 게임을 하게 되면서 숱한 위기를 만나고, 그것을 하나하나 극복한 후 천신만고 끝에 현실로 복귀한다는 기본 구조는 동일하지만 뭔가 과거의 ‘쥬만지’에서 느낄 수 있었던 뭉클한 감동은 없었다. 하지만 CG기술의 발전은 관객에게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스펙터클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실감나는 게임 한 판을 끝내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오늘 본 ‘주만지 : 넥스트 레벨’도 ‘새로운 세계’의 기본 포맷을 이어받고는 있지만 아바타의 남녀 성별이 뒤바뀌는 등 웃음 코드를 좀 더 강화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설정이 다소 진부해서 의도와는 다르게 큰 웃음을 유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킬링타임용 영화로서는 기본은 하고 있다. 의미 부여하지 않고, 개연성 따지지 않고, 그저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장면만을 따라간다면 재미는 보장한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마사 역을 맡은 여배우 카렌 길런은 너무 사랑스러우면서도 멋진 영국 여성인데, 이 배우가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는 전사 네뷸라 역을 맡았다는 것을 알고는 많이 놀랐다. 하긴 네뷸라는 온몸에 로봇분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얼굴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속으로 '참 멋진 배우다'라는 생각을 했을 뿐. 그러니까 같은 배우인 줄 모르고, 각각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매력에 빠져있었다는 거지. 키도 180, 피지컬도 부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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