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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시인이 한 명 더 세상에 나온다 한들 본문

일상

시인이 한 명 더 세상에 나온다 한들

달빛사랑 2019. 1. 31. 23:30

()은 얼마 전 강진의 남녘교회를 다녀왔다. 담임목사인 전 목사님은 나의 대학선배인데 나는 그 선배가 그곳에서 사역 중인 것을 얼마 전 후배 장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엊그제 장이 강진을 간다고 연락을 해왔기에 그를 통해 내 시집 두 권을 남녘교회에 보내주었다. 그곳에 다녀온 장의 전언에 의하면 작고 아담한 그 교회는 초대교회처럼 경건하면서도 시골마을회관처럼 정겨웠다고 한다. 부목사와 그곳에서 만난 지인들과 더불어 밤새 술 마시며 환담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적어도 고루한 격식에 얽매이는 교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술을 마셨으면서도 새벽 5시가 되자 조용히 일어나 경건하게 예배 준비를 하는 목사 내외에게 경외감을 느꼈다는 말도 전했다. 주님의 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문득 했다.

 

장은 박학다식한 친구이긴 하지만 쉰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총각이다. 가정은 부유한 편이나 몇 차례 사업을 들어먹고는 현재 백수로 지내는 중이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는 고상한 취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가끔 그러한 취향이 내면으로부터의 깊은 울림 때문이 아니라 딜레당트적인 허영과 허세라고 비판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적어도 그가 시에 관심이 많다는 것과 깊이는 모르겠지만 넓이 면에서는 매우 광범위한 잡학박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 나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함께 걸어오면서 그에게 시를 써보라고 조언을 했다. 눈치 보지 말고, 격식에도 연연해하지 말고, 오직 마음에서 시키는 대로 시를 써보라고 했다. 나의 말을 들은 그는 일단 그러겠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그 반짝임은 결의의 강고함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인정하고 믿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1월의 마지막 날, 나와 함께 있어준 장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나는 그의 문학적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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