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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그의 술자리는 점점 쓸쓸해질 텐데.... 본문

일상

그의 술자리는 점점 쓸쓸해질 텐데....

달빛사랑 2019. 1. 29. 23:30

그는 나를 만날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술집 화장실에서 술기운에 휘갈겨 쓴 내 시를 접한 일, 후배들에게 나에 대해 물어본 후 만나게 된 과정, 그리고 그 시가 자신에게 주었던 감동 등 그 이야기들은 하나의 레퍼토리가 되었다. 나는 그것을 그의 주사(酒邪) 중 하나라고 보고 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후배들을 만나면 그 이야기를 반복한다. 무던한 후배들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속에서 허 생원의 반복된 과거 이야기를 불평 없이 들어주는 조 선달처럼 그 선배의 이야기를 묵묵하게 들어준다. 물론 경청은 아니고 하거나 딴생각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지만 적어도 중간에 그의 말을 끊거나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가 술에 취하면 항상 보이곤 하는 그런 태도 때문에 사실 나 역시 매번 머쓱해진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그는 이내 잠이 든다. 그 사이 후배들은 미뤄놨던 이야기들을 나누거나 잠시 후 술판이 끝나면 어떻게 그를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갈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를 나르기위해서는 장정 서너 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명 민폐지만 그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많은 후배들은 별다른 불평 없이 그 민폐를 감당하고 있는 중이다. 명민한 기자였던 그는 병마와 술 때문에 술판의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제 우리들도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힘도 예전 같지 않고 자신의 한 몸을 건사하기도 버거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는 누구와 더불어 술을 마실 것인가. 어쩌면 그는 한겨울의 복판에서 외로움과 한기를 홀로 견디며 쓸쓸하게 술잔을 기울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벌써부터 그것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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