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인천근대건축물 사진 전시회를 다녀오다 본문
후배 윤미경이 진행하는 인천근대건축물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화가 이종구 선배의 장인 부고도 받아 장례식장에도 가야 했고 컨디션도 별로 좋지 않아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참여 작가인 서은미 씨와 후배들의 강권 때문에 5시에 맞춰서 전시장에 도착했다. 오픈식은 무척이나 조촐했다. 그래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전시회는 인천의 근대건축물을 사진으로 아카이빙 하는 작업이었다. 전시 작품 중에는 나의 모교 강당 사진도 있었는데, 그 이름이 성덕당이고 건축사적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건축물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사실 얼마 전부터 인천의 근대건축물들은 개발과 관광산업 육성이라는 미명 아래 속수무책으로 헐려나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100년 가까이 된 옛 애경사 건물이 그렇고, 바로 지난주에 철거된, 인천민주화운동의 성지 카톨릭회관도 그렇다. 건물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망각한 채 자본의 논리에 밀려 철거되는 건물들을 보면서 인천의 시민사회는 많은 상실감을 느껴야 했다. 관광객들의 주차장 시설을 짓기 위해 길게는 100여 년, 짧게는 수십 년 된 의미 있는 공간을 철거하다니, 인문학적 소양이나 역사를 보는 거시적 안목이 부재한 자치단체장들의 천박한 성과주의를 목도하고 있노라면 연민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재작년부터 문화주권 선언을 하고 시비 지원 사업의 목표를 ‘가치 재창조’에 두고 그것에 올인하고 있는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입만 열면 가치재창조를 부르짖고 있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들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무슨 놈의 가치를 또 창조한단 말인가. 언어도단,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윤미경과 일군의 예술가들이 함께 작업한 이번 사업은 인천의 가치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지켜져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한 화두를 던진 전시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래된 것이라 해서 무조건 보존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또 진정한 보존을 위해서는 해당 건축물의 상태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와 역사적 의미에 대한 연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의견도 마땅히 경청해야만 하는 것인데, 자치단체장들은 돈이 되고 안 되고를 기준으로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사진 속에서 만나는 건축물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감당하며, 그러나 여전히 의연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남은 건축물들 또한 자본의 논리에 밀려 언제 철거될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역사적의로 의미 있는 건축물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보존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전시는 그러한 작업의 첫 단추이라고 하겠다. 수고한 모든 참여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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