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겨울.. cafe '레테(Lethe)'.. 본문
나는 아직도 눈이 여려서 소멸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다면 머뭇거리며 저무는 저, 저 계절의 뒷모습과 그의 눈가에 반짝 피었다 사라지는 보석 같은 젖은 꽃, 눈물에 대해서다. 아름답지 않아라. 한 계절의 종언(終焉)을 알리는 낯익은 종소리, 소리 속에서 다시 또 호명되지 않을, 잊힌 기억들의 무덤을 향해 가는 겨울, 스산한 시간들이여. 나의 애인이여.
그날 저녁, 아무도 나에게 ‘겨울’의 안부와, 겨울의 심장으로 가는 길을 묻지 않았다. 저마다 지닌 슬픔의 무게로 인해 비틀거리던 사람들. 그들의 지친 몸짓 뒤로 느린 화면으로 도시가 조용히 지워져가고 있었다. “살고 싶어.” 누군가 말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살고 싶어. 단지 그것뿐이야.'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안부가 술판에서 갑자기 튀어 올랐고, 우리집 베란다에서 '이유 있게' 시들어가던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던 화초가 떠올랐다. 그때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아름다움만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는 것(조차)이 실상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또한 말하고 싶었다. 카페 ‘레테(Lethe)'의 사람들, 무엇이 우리들을 이 뜬금없는 공간에서 서로 술마시며 울고 웃고, 부딪치고, 튀어오르고, 흐르다 스며들고, 스며들다 젖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리웠던 사람들을 우연히 만났고, 나는 술이 취했다. 다시 그들을 만난다면.. 그건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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