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좋은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늘 즐거워요 본문
수업을 마치고 주안 영상문화원 5층에 있는 작가회의 사무실을 들렀다. 4월에 진행될 인천문화재단 주최 ‘AALA(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포럼’ 관련 자료를 전해받기 위해서다. 자료란 다름 아니라, 다음 주 재단에서 진행될 기획단 회의 브리핑 자료를 말하는 것인데, 후배들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들어놨는지 펼치는 순간, 미소가 절로 나왔다. 고마웠다. 후배 시인 설야와 혜영이, 그리고 소설가 혁신이가 며칠간 머릴 맞대고 무척이나 고민한 결과일 것이다. 나는 단지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기획의도만 작성해서 첨부하고, 회의 당일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만 잘하면 만사 오케이... “에구구,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 요렇게 똘똘한 후배들과 일을 같이 한다는 것은 선배의 복이 아닐 수 없다.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문건을 받아든 후, 저녁이나 먹고 가자는 천금순 선배님의 제안에 따라 우리는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주꾸미 볶음과 김치찌개를 시켜서 맛나게 저녁을 먹고, 소주를 한 병 시켜 반주로 먹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발동이 걸려버렸다. 문득 이야기가 너무 진지해져 버린 것이다. 당연하게도 식당을 나온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근처 ‘오천냥’집으로 자리를 옮겨 홍어찜을 안주로 2차 자리를 가졌다. 예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늘 소녀 같은 감수성은 물론이고 정말로 소녀 같은 체력을 소유하신 천금순 선배님의, 연륜이 묻어나는 이야기로부터 후배들의 고민이야기... 겨울밤은 깊어가는데... 주흥은 고조되고... 그곳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앉아있다가 헤어져 돌아오는데, 술은 별로 취하지 않았는데도 발걸음이 둥실둥실.... 물침대 위를 걷는 느낌이랄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확실히 술맛도 좋고, 그래서 더 많이 마시게 되지만, 희한하게도 더디 취하고 다음날 아침에 숙취도 별로 없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리들은 육체를 제어할 수 있는 감수성의 소유자들인 모양이다. “하하하...” 유쾌하게 많이 웃었고, “음―...” 진지하게 많이 공감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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