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이렇게 저렇게 시간은 간다... 본문
명절 연휴 마지막 날, 계양산을 올랐다. 날씨가 무척 추울 거라는 예보 때문인가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긴 고향을 찾았던 사람들은 힘겨운 귀가 중에 있을 터이고, 귀향하지 않았거나 일찍 귀가를 마친 사람들은 가족끼리 오붓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터이다. 사실 오늘 나도 어머니를 홀로 두고 외출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산행을 포기하려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걸려오는 친구들의 전화와 “심심할 터인데 친구들이나 만나고 와라.”라는 어머님의 속 깊은 종용도 있고 해서 느지막이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섰던 것이다. 일찍 정상에 올라 담소를 나누던 친구들과 합류하여 곧바로 하산, 경인여대 근처 막걸리 집에서 낮술을 마시고, 친구 박노일 부부의 집인 논현동에 가서 2차를 한 후, 다시 구월동 갤러리 폭스엘 가서 뜨거운 차를 한 잔 얻어 마시고 돌아왔더니 외갓집에 세배 갔던 아들이 돌아와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틀만에 우리 세 식구가 모두 모인 셈이었다. 아들은 두둑한 세뱃돈 때문인지 무척 기분이 고양되어 있었고, 어머니의 표정은 현저하게 밝아져 있었다. ‘그래 명절이든 아니든 가족은 함께 있을 때 아름다운 거야.’ 속으로 생각하며 옷을 갈아입는데, 집안에서는 알 수 없는 훈기가 느껴지고, 모든 사물들의 표정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아져 있었다. 당연한 것, 그리 어렵지 않은 것들을 왜 우리는 그토록 힘겨워하며 이뤄내지 못하는 것일까. 답답한 마음을 추스르며 내가 나에게 말한다.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밤은 푹 쉬길 바라.” 늦은 밤 창밖에서는 낯설만큼 신경질적인 바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저렇게 명절의 시간은 간다.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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