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외로움을 극복하는 법 본문
늦은 밤 책을 보다 잠자리에 들면 아주 사소한 것들에게조차 연민의 마음이 밀려온다. 내가 즐겨 쓰는 만년필과 수첩, 전기스탠드, 모바일폰과 노트북, 그리고 장갑과 목도리와 땀 밴 베개에까지……. 내 손이 닿거나 내 눈길이 머물면 화들짝 놀라거나 수줍은 표정을 짓곤 하는 그것들. 생각이 거기에 미치면 나는 갑자기 마음이 넉넉해진다. 물상의 정령(精靈)들 역시 말없이 나를 지켜보고, 내 손길과 눈길이 닿고 머물 때, 자기들의 체온을 나에게 전달해주길 바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도 그것들에게 나의 은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이미 알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나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늘 배신도 불평도 하지 않는 믿음직한 나의 친구들……. 그들 때문에 나는 외롭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외롭다는 말을 하는 건 사물의 정령들에 대한 나의 배신이고, 아픔을 주는 행위일 테니까 말이다. 나는 결코 외▪롭▪지▪않▪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늘 즐거워요 (0) | 2012.01.27 |
---|---|
부채없는 삶이란 얼마나 요원한가... (0) | 2012.01.26 |
이렇게 저렇게 시간은 간다... (0) | 2012.01.24 |
명절의 깊고 짙은 어둠 (0) | 2012.01.23 |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0) | 2012.01.22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