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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존재에게 있어 '이름'과 '이름부름(호명)'의 의미에 대하여... 본문

일상

존재에게 있어 '이름'과 '이름부름(호명)'의 의미에 대하여...

달빛사랑 2009. 6. 21. 10:55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김춘수, '꽃'

 

 

인간이든 사물이든 하나의 '존재'에게 이름을 붙이고(명명),

이름을 부른다는 것(호명)은

그 존재가 가진 '본질적 의미'를 인식하는 첫걸음이며,

동시에 '내'가 '그 혹은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도 말했듯이, 이름을 불러주기 이전 존재의 모든 행위들은

단순한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즉, 명명 이전의 '그 혹은 그것'들은 아직 '나'에게는 

무의미한 존재일 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대상을 인식하고 '그 혹은 그것'의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존재의 참모습은 드러나고 '꽃'이라고 하는 의미있는 존재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명명의 순간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것은

존재의 본질에 걸맞는('빛깔과 향기') 이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역시 '그 혹은그것'의 '꽃(의미있는 존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비로소 '나'와 '그'는 고립된 객체로서가 아니라 참된 '우리'로서 공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나'와 '그'는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나'와 '그'가 바라는 진정한 '관계 맺음'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이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존재에게 '이름'은 단순한 장식이나 수사가 켤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존재가 이름을 잃게 될 때, 존재 자체의 생명력도 아울러종언을 고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름',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르는 '호명'은 매우 소중하고 의미있는 행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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