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5월에 띄우는 편지 - 다시 돌아온 '여름' 앞에서.... 본문
그 황망했던 시절의 한 때, 아마도
여름의 초입이었을 거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걸까 우린..."
나의 질문에 너는 피식 웃어버렸지.
너는 그때 이미 떨쳐버리고 있었던 것일까.
그 해 봄부터 여름까지 매운 연기가 원혼처럼
음습한 우리들의 골목을 떠다닐 때
자꾸 벌렁거리는 가슴을 짓누르며 꿈꾸었던
안락에의 유혹들을........
그때 나는 두려웠었지.
신촌의 자주 가던 술집에서
몇몇 정적들을 담배 한 개피로 화형시키고
이 땅의 맛없는 민주주의를 안주 삼아 씹고 또 씹고 돌아오던 길
훼손된 역사 위로도 천연덕스럽게 흐르는 시간들이
나는 정말 두려웠었지.
그리고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각자의 가슴속에 새겨 넣었던 "아름다움은 투쟁...!"
잠언 같은 명제들이 조금씩 조금씩 퇴색해 갈 때쯤
우리는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무관심 하는 처세를 배웠고
가중되던 억압의 밀물 앞에서 치욕스럽게도 살아남았지.
부끄러워라, 나는 그 여름의 잔인했던 현실과
타협에 익숙해진 우리의 내면 모두를 혐오했다.
그때 우리의 상념 속엔 오욕만이 나이테처럼 커갔다.
여름의 초입이었지만... 우리는 계절의 추이(推移)를 잊고 있었다
이제 다시 돌아온 여름
나는 (본질적으로) 전혀 바뀌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며
약간은 머쓱하고 약간의 비장하게 새로운 싸움의 칼끝을 벼리는데
이제는 친구... 네가 보이지 않는구나. 내가 사는 이곳에 너는 없는가?
지금은 여름의 초입. 그리움의 모르스 부호.... 허공을 난다.
[달빛,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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