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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여름은 늘 쓸쓸한 기억과 함께 찾아온다... 본문

일상

여름은 늘 쓸쓸한 기억과 함께 찾아온다...

달빛사랑 2009. 5. 7. 16:41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은 소리없이 '불쑥' 찾아왔다.
봄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미처 다 뽐내보기도 전에...
그렇게, 도둑처럼, 불쑥 찾아와 당당한 표정으로 내 앞에 있다.

 

여름...

내 형이 죽은 것도 여름이었고,
내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도 여름이었다.
한 사람은 내가 철없던 시절에 바보처럼 내 곁을 떠났고,
한 사람은 내가 철들어가기 시작할 때쯤 내 곁을 떠났다.
형은 어린 시절 뛰놀던 유년의 민둥산, 그곳에서

여전히 뛰놀고 있을까? 가장 순수할 때의 모습으로 영원히...?

형이 가지고 놀던 작은 구슬 속 무지개들처럼 화사한 모습으로....?
그러나 혹...그곳에서도 이곳의 나처럼 세월 속에서
모습이 변해가고 있지나 않은 건지....그렇다면
이후에 내가 다시 형을 만난다면...형은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아버지는 살아생전 꽃을 좋아하셨다. 길을 걸을 때면
새처럼 물처럼 날아가고, 흐르던 사람... 들판에 서 있으면

그냥 한 점 들꽃의 모습으로 풍경 속에 동화되던 분...
그분은 분명 자신이 좋아하던 꽃들을 키우며
'그곳'에서 평화롭게 소일하고 계실 거다. (그렇게 믿는다.) 
'이곳'에 남아있는 나의 가슴엔 
여전히 '회한의 꽃'이 자라고 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여름이 되니...문득... 아버지와 형이 생각난다.

그냥...

조금... 보고싶을 뿐... 슬.프.지.않.다!

여름은 늘 쓸쓸한 기억과 함께 찾아온다. - 달빛사랑

 

형(兄)

 

비 내리는 날이면 듣는다

젖은 양말을 절벅거리며

유년의 언덕을 거슬러 오르는

형의 발소리

어머니의 꿈 속을 지나

내 유년의 언덕을 오르는 형의 얼굴엔

아, 그러나 웃음이 없다

비가 그치면

쓸쓸한 표정으로 다시 사라져 갈 얼굴

하지만 나는

내 기억의 덧문을 잠그지 못하겠다

아직도 내 주변을 맴도는 형의 노랫소리


비내린 텃밭의 질척거림으로

기억 속 내 젊음의 한때가 질척거린다 해도

가족들의 가슴에 슬픔만 남기고

철없이 죽어 간 형이 미워서

나는 내 유년의 민둥산

그 야트막한 언덕조차 내려갈 수 없다

형이 미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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