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누나들과 저녁 먹다 (3-14-금, 맑음) 본문
점심때, 함께 밥 먹자고 누나들이 전화했지만 거절했다. 공기도 안 좋고, 나가기도 귀찮았으며, 그때 나도 점심 먹으려고 냉동실에 얼려놓았던 된장찌개를 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나들은 결국 저녁에 족발 대(大) 자를 사들고 집에 왔다. 심심했던 큰누나가 작은누나를 부추겼을 것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좋아하는 족발을 곁들인 저녁을 누나들과 함께 먹었다.
큰누나는 달랑 고기 서너 점을 먹더니 "나는 됐어. 그냥 너네들이랑 같이 식사하는 게 좋은 거지, 많이는 못 먹어. 이 만큼이 정량이야" 하며 젓가락을 놓았다가, "그래도 몇 점 더 드셔" 하는 작은누나의 말을 듣고는 내가 끓여놓았던 된장찌개에 밥 3분의 1 공기를 더 먹었다.
결국 작은누나와 나는 "남겼다 먹으면 맛없어. 다 먹어야 해"라고, 누가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하며, 의기투합! 나머지 족발을 얼추 다 먹었다. 큰누나는 "나중에 라면이나 찌개 끓일 때 넣어 먹어" 하며 뼈에 붙어 있던 살을 꼼꼼하게 떼어내 따로 플라스틱 용기에 모아 주었다. 라면에 넣어 먹을 생각하니 족발을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군침이 돌았다. 나에게는 라면, 냉면, 칼국수, 가락국수 등 면이 들어가는 배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오늘 저녁 자리에서만큼은 돼지가 기특했다. 하긴 대부분의 돼지가 인간에게는 고마운 존재이긴 하지.
저녁 먹고 치운 후, 누나들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가겠다며 안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운동하며 유튜브를 시청했다. 행여 알고리즘이 정치뉴스를 보게 할까 봐 내심 걱정했는데, 평소에 정치 뉴스를 잘 보지 않아 그런지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게 '실수나 실례'하지 않았다. 주식은 별로 안 좋았다. 오늘 하루 (네이버로만) 160만 원을 잃었다. 네이버가 왜 이렇게 고전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전 국민이 애용하는 포털인 네이버가 쉽게 망하지는 않을 거라 믿기 때문에 주식 초보 시절처럼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언젠가 오르겠지.
오후에는 은준이 전화해, 부개동에서 열리는 강모 시인의 출판기념에 함께 가자고 했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나로서는 여성 시인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가 불편한데다가 강 시인에게 직접 연락받을 게 아니라서 거절했다. 물론 은준은 "강 시인이 형 꼭 모시고 오라고 했어요"라고 말했지만, "고맙긴 한데, 오늘은 쉴게. 정 뭐하면, 집회 갔다고 해. 요즘에는 광화문 올라갔다고 하면 대체로 납득하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더니, 은준은 "맞아, 형도 낯을 무척 가리지? 알았어요" 하며 전화를 끊었다. 요즘에는 치레로 참석하는 자리나 어색한 자리는 잘 안 가게 된다. 강 시인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다른 자리에서 우리는 볼 수 있기도 하고. 좀 전에 은준이 인스타에 올린 사진을 보니 출판기념회는 잘 치러진 모양이다.
좋아하는 걸그룹 '엔믹스'의 컴백이 확정되었다. 다음주 월요일(17일)이면 신곡이 공개된다. 이 숙녀들이 또 얼마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지 매우 기대된다. 정말 보배 같은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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