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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그들과의 오찬 (3-12-수, 흐리고 저녁에 잠깐 비) 본문

일상

그들과의 오찬 (3-12-수, 흐리고 저녁에 잠깐 비)

달빛사랑 2025. 3. 12. 23:37

 

전 비서실장 H가 마련하는 오찬 자리에는 이번에 처음 참석했다. 나 빼고 네 명(H, 김목, 소통협력실 윤, 마을교육팀 김, 보운 형)은 그간 자주 만나왔다. 그때마다 보운 형은 나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했지만, 나는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고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H가 직접 전화해 참석을 종용했다. 워낙 사람 좋고 유순한 H의 제의라서 이번에는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도 빠지면 일부러 피한다고 오해할 것 같았다.

 점심시간, 소통협력실 윤의 차를 타고 H의 사무실로 가서 담소를 나누다가 다시 구월동 민예총 근처 김치찌개 잘하는 식당('맛소리')으로 이동했다. 만나면 늘 이곳으로 식사하러 왔던 모양인지, 우리가 들어가자 사장이 아는 체했고, 일행들도 자연스럽게 맞장구치며 인사했다. 우리는 김치전골을 먹었는데, 음식맛은 괜찮았다. 양도 넉넉하고 단골이 왔다고 낙지볶음을 서비스로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왔을 때, 보운 형은 바로 앞 무인 카페를 가리키며 "우리는 식사 후, 매번 저기 가서 커피 마셨어. 정해진 코스야" 하며 웃었다. 카페 안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손님 하나가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태블릿에 뭔가를 열심히 타이핑하고 있었다. 내가 카페라테를 주문하자 나머지 일행들도 "나도 그거" 하며 메뉴를 카페라테로 통일했다.

커피 값은 일반 매장보다 500원에서  1,000원 정도 저렴했고 맛은 그냥 그랬다. 물론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점심때면 매우 시끄러운 여느 카페와 달리 우리끼리 오붓하게 앉아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인 카페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커피를 주문하고 만드는 모든 과정을  손님이 직접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커피 머신과 연결된 스피커에서 주문부터 커피 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긴 하지만, 키 오스크 시스템이나 무인 주문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이용하기가 다소 꺼려질 듯하다. 

 사무실에 돌아와 어제부터 하고 있는 소설집 윤문 및 교정 작업을 퇴근할 때까지 진행했다. 퇴근 전에는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아서 저녁먹고 나서도 한참을 더했고 조금 전에야 완성해서 윤 대표에게 보내주었다. 사람들과 밥 먹은 거 빼면 다소 건조한 하루였다. 공기는 오늘도 안 좋았고, 한낮은 기온은 어제보다 높았다. 오늘도 여전히 광화문은 시끄러웠고, 야망을 지닌 정치꾼들의 요설이 SNS에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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