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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겨울은 잠시 주춤거리고 (11-24-일, 맑음) 본문

일상

겨울은 잠시 주춤거리고 (11-24-일, 맑음)

달빛사랑 2024. 11. 24. 18:50

 

어제 도착한  블랙야크 등산화(22만 원, 이런 고가의 등산화는 처음 사 봤다)를 신고 시장 다녀왔다. 당연히 신고 갈 신발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 새 등산화를 길들이기 위해서였다. 확실히 굽이 높고 신발 자체가 마치 갑옷처럼 단단한, 그래서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등산화는 처음 신으면 무척 어색하다. 자기 보폭이나 걷는 습관을 신발에 각인시켜 줘야만 신기가 편해진다. 등산화를 신고 처음 집을 나섰을 때는 뭔가 어색했다. 발이 신발에 반응하는 느낌이 강렬했다. 단골 채소가게에 도착해 장을 보고 돌아올 때, 비로소 발과 신발이 조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고 나니 신발이 (정확히 말하면 신발 안의 발이) 너무 편했다.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이었다. 돈 값을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시장 다녀오는데 날이 어찌나 좋은지 겨울로 가던 계절이 잠시 주춤하며 다시 가을을 불러들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늘은 초겨울이 아니라 늦가을이라고 해야만 할 것 같은 날씨였다. 오늘 같은 날은 짧은 가을을 아쉬워하는 숱한 '가을남자'들에게 베푸는 계절의 온정 같은 날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마워' 하고 인사해야만 할 것 같았다.

 

사려던 대파와 가지, 오이와 깻잎은 사지 못했다. 만 원에  9개 하는 사과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 그냥 왔다. 청경채, 풋고추, 상추, 숙주, 콩나물, 계란 1판, 두부 2모, 양파 등을 사서 돌아오다가 만수역 앞 BYC 매장에서 할인 행사를 한다기에 들어가 속옷 대신 입을 면 티셔츠 5장을 사 왔다. 작년 이맘때는 95 사이즈를 구매했는데, 오늘은 100 사이즈를 구매했다. 체중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말랐을 때 입던 옷 중 못 입게 된 옷이 한두 벌이 아니다. 이럴 때는 우울하다. 엊그제 만났던 사람들은 다이어트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보기 좋다고 말들 했지만, 건강의 여러 지표는 나빠졌을 게 분명하다. 4kg 정도만 더 빼야 할 텐데...... 밥맛은 왜 그렇게 좋은 것인지. 

 

얼마 전 누나들과 식사하면서 내가 "밥맛이 왜 이렇게 좋은지 미치겠어. 이러니 살이 안 쪄?"라고 했더니, 큰누나가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먹고 싶어도 몸에서 받지 않아 못 먹는 사람도 있단다. 그러니 입맛이 좋은 걸 행복하게 생각해"라며 나를 나무랐다. 아마 누나는 자신의 처지를 염두에 두고 말했을 터인데, 그 말을 듣고 있던 작은누나는 "사람이란 다 자기 처지를 중심으로 말하기 마련이야. 식욕을 주체 못 하는 것도 분명 고민일 수 있지" 하며 웃는 바람에 나와 큰누나도 웃고 넘어갔지만, 실제 나는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게 큰 고민이다. 뭐든 잘 먹고 잘 소화시킨다는 말인데, 얼핏 들으면 좋은 일 같지만 내게는 분명 고민이고, 큰누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꼴 보기 싫은 존재일 것이다.

 

그나저나 지난 금요일 누나는 새로 이사한 아들(내게는 조카)네 집에 갔는데,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낯선 곳에서 잠은 제대로 자는지,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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