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흩어진 기억을 꿰어 맞추며 (10-22-일, 맑음) 본문

일상

흩어진 기억을 꿰어 맞추며 (10-22-일, 맑음)

달빛사랑 2023. 10. 22. 21:36

 

어제 만난 혁재는 생각보다 건강한 모습이었다. '생각보다'라는 표현은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그의 생활을 곁에서 오래 지켜봐 온 나로서는 그의 건강이 좋을 거라는 생각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 1년 365일, 그것도 눈 뜨면서부터 잠이 들 때까지 종일 술 마시는 그는 꾸준히 하는 운동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챙겨 먹는 보양식도 없는데 어떻게 건강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의 건강한 얼굴, 혈색을 보았을 때, '생각보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사실 '생각보다'에는 의아함보다는 신기함이, 신기함보다는 다행함이 더 많이 배어 있다. 혁재의 밝고 환한 얼굴을 보았을 때 나는 기뻤다. 그리고 다행스러웠다. 정작 혁재보다 더 많이 관리하고 나쁜 음식도 삼가는 나는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어디 아프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코미디 같지 않은가. 술과 관련한 체력은 하늘이 내는 법인가. 잘 모르겠다. 

 

어제 술자리를 이동하면서, 소래 행사 끝나고 신포동 넘어와 혁재와 '흐르는 물'에 있다고 YK에게 문자를 보냈다. 주말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서 격려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 답장을 받진 못했다. 드문 경우다. 아무튼 그러다가 혁재, 미경과 헤어져 먼저 왔던 것인데, 나중에 혁재에게 들은 바로는 내가 신포동을 떠나자마자 흐르는 물 근처에서 YK를 만났다고 한다. 혁재와 둘이서 '버텀라인'에 들어가 오랜만에 맥주도 마셨다고도 했다. 그리고는 또 누군가를 만나러 송도 쪽으로 가야 한다며 혁재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갔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신포동에서 술 마실 당시 그 역시 근처에서 모임을 하고 있었던 걸까? 왜 답장하지 않았을까? 왠지 모를 서운함이 가슴 저 밑에서부터 밀려왔다. 생각해 보면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맘은 있지만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자주 '이런' 일에 서운해한다. 이전에는 개의치 않던 일이다. 맘이 약해진 걸까. 왜 자꾸 서운하고 야속하고 아쉬운 것들이 많아지는 걸까. 늙어가고 있다는 말이겠지? 갑자기 쓸쓸해진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