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나는 지금 변신 중이다 (07-13-목, heavy rain) 본문
어제 술 마신 탓에 다른 때보다 늦게 일어났다. 하지만 생각보다 몸 상태가 괜찮아 뜻밖이었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자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하늘이 잔뜩 흐려있었다. 예보에서도 오늘은 폭우가 예상된다며 안전사고에 유의하라고 계속 강조했다. 재난 문자도 실시간으로 도착했다. 9시쯤에는 각급 학교마다 수재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없도록 특별히 신경 쓰라는 교육청 안전 문자도 도착했다. 그리고 사이클에 올라가 운동을 시작한 지 한 시간쯤 되었을까, 예보의 우려처럼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누나들과 동생에게도 전화가 왔다. 어제가 작은누나 생신이어서 오늘 형제들끼리 점심이나 하자고 동생이 제안해 놓았던 터였다. 우선 큰누나가 “비가 너무 와서 외출하기가 겁나네. 막내에게 다음에 보자고 해야 할까 봐” 하고 전화했다. 확인해 보니 작은누나와 동생도 같은 생각이어서 결국 오늘 점심 약속은 취소됐다. 운동하는 내내 비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맹렬하게 내렸다.
형제들과의 점심 약속이 취소되어 (계획에는 없었지만) 오후 2시, 청(廳)에 출근해서 일했다. 청사 복도마다 빗물을 말리려고 펼쳐놓은 형형색색의 우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비 올 때마다 만나는 익숙한 풍경이다. 집을 나설 때 접이 우산 대신 크고 튼튼한 골프 우산을 챙겨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접이 우산을 썼으면 아마도 바지 밑 부분이 빗물로 흠뻑 젖었을 게 틀림없다. 청사에 도착해서 PC를 켜고, 아이스톡으로 온 쪽지들을 확인한 후 비서실에서 요청한 몇몇 일들을 처리했다. 오후 5시 전후, 비는 잠시 소강상태였지만 하늘은 어둡고 대기에는 여전히 물기가 흠뻑 배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체중계에 올라갔다. 72.3kg, 오호, 어제 아침보다 200그램밖에 늘지 않았다. 어제 늦은 밤까지 밥 먹고, 술 마시고, 이것저것 다양한 안주를 닥치는 대로 먹었는데, 다행이었다. 물론 어제처럼 3차에 걸친 술자리를 갖지 않았다면 오늘 어쩌면 71kg대로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내가 매일 골방에서 칩거하며 운동만 할 수는 없는 일, 나로서는 이 정도의 '데미지(?)'는 감지덕지다. 다만 어젯밤 11시까지 술자리에 있었으니,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려면 오후 3시에 첫끼를 먹었어야 했는데, 출근하려고 어쩔 수 없이 1시에 식사했다. 3주만에 처음으로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 건강 유튜버들 말로는 최소 12시간 공복을 유지했으면 다이어트 효과에는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한다. 이제 2~3kg만 더 감량하면 앞자리가 7에서 6으로 바뀐다. 얼추 다왔다. 조금 더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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