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초복, 장맛비 그리고 누나들 (7-11-화, 종일 거센 비) 본문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서 느지막이 일어나려 했으나 아침부터 누나들의 부산한 발소리와 수런거리는 소리로 인해 잠이 깼다. 초복이라고 두 자매가 닭 5마리와 마늘, 황기. 인삼 등속을 챙겨 우리 집에 들른 것이다. 나야 고맙기는 하지만 굳이 세차게 내리는 장맛비를 뚫고 올 것까진 없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고마운 것은 사실이니까. 아마도 주유소 소장인 큰 매형이 출근하면서 우리 집까지 데려다주었을 것이다.▮그나저나 엄마 생전에는 툭하면 서로 티격태격하던 분들이 요새는 같이 산책도 다니고 점심도 챙겨 먹으며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신기하다. 나이가 들고 보니 팍팍한 세상에 그래도 믿을 건 형제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아무튼 보기는 좋다. 특히 매형만을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온 집순이 큰누나는 건강이 좋지 않아 운동이 필수다. 그런 언니를 집 밖으로 끌고 나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산책도 하고 음식도 사 먹고 쇼핑도 하게 만든 게 작은누나다. 생전에 엄마도 언니인 이모와 사이가 무척 좋았다. 빈틈 많은 언니와 야무진 동생이라는 점은 엄마 자매나 누나들이나 똑같다.▮오이지도 담아주고 백숙도 끓여준 후, 오후 2시쯤 누나들은 돌아갔다. 오후가 되면서 비가 양동이로 들이붓듯 쏟아지자 옥상 있는 집에 살고 있는 큰누나가 집에 물이 샐까 걱정된다고 먼저 일어났다. 카카오택시를 부르자 3분 만에 집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5분 후에 만수3지구 누나의 집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누나들 덕분에 매번 거르지 않고 절기 음식을 챙겨 먹는다. 대놓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 못하는 내향적 인물들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할 건 하고 사는 우리 형제들이다. 비는 성난 것처럼 맹렬하게 내리다가 저녁때가 되면서 그쳤다. 식사 후에 산책하러 거리에 나갔더니 바람이 시원했다. 하늘을 보니 군데군데 말간 얼굴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오늘 밤에는 비가 올 것 같진 않았다. 내일은 일정이 많은데, 비가 내 동선을 따라 움직여주면 좋겠다. 오랜만에 술도 마실 것 같은데, 취하지 않도록 조심하다가 늦지 않게 귀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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