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우기(雨期)를 통과하는 법 (07-14-금, 많은 비) 본문
우기(雨期)만 되면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던 엄마가 생각난다. 그때 엄마는 무슨 생각하고 있었을까. 비에 얽힌 추억이 무척 많은데 왜 비만 오면 다른 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비를 바라보던 엄마만 자꾸 떠오르는 건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도대체 나는 언제부터 비를 좋아한 것일까? 수십 년 전의 일기에도 비에 맘을 빼앗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심지어 고등학교 재학시절에도 비를 좋아해, 비 내리는 날이면 곧장 학교로 가지 않고 자유공원을 한 바퀴 돌다가 간신히 1교시 시작 교실에 들어간 기억들이 많은 걸 보면 제법 연조가 깊은 듯도 한데……. 그렇다면 나는 왜 비를 좋아한 걸까. 설명하기 어렵다. 본능적인 사랑에 가까우니까. 분명한 건 비가 나를 끌어당겼다는 것. 물론 내 쪽에서도 뭔가 통하는 게 있으니 그 끌어당김에 끌렸던 것이겠지만. 아무튼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비를 사랑하기 시작한 이후 내가 긴 우기를 통과하는 법은 술을 마시거나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당분간 술은 자제할 생각이니 그리운 사람들이나 실컷 그리워해야겠다.
■점심에는 다인아트 윤 대표가 청사에 들러 비서실장과 셋이서 식사했다. 책 발간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식당에서 우연찮게 동생의 국문과 대학동창을 만났는데 고맙게도 그녀가 밥값을 내주었다.
■비는 오는데, 보고 싶은 사람은 만나지 못하고..... 하도 답답해서 혁재에게 전화하거나 퇴근 길에 잠깐 갈매기에 들러볼까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평생 만날 사람들인데 조급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나에게는 모종의 목표가 있으니 조금만 참도록 하자.
■밤이 되면서 비는 오락가락했다. 다행히 큰 비는 끝난 모양이다.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도 대체로 보슬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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