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얼음을 뚫고 찾아온 입춘 (02-04-토, 맑음) 본문
아직도 대지는 꽁꽁 얼었지만 당신과 나의 봄은 곳곳의 얼음을 뚫고 어김없이 이곳에 닿을 것입니다. 한때 우리는 봄을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발 딛고 사는 현실의 상징이자 은유로 읽었습니다. 시인이 그린 봄 풍경 안에 예리한 칼과 깊은 적대가 숨어 있던 이유는 그 때문이겠지요. 절기상 오늘은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곳은 겨울입니다. 계절로서도 겨울이고 현실의 상징으로서도 겨울입니다. 파렴치한 권력과 그들에게 기생하며 호가호위하는, 엉덩이에 뿔난 일부 검찰, 경찰, 사법부의 개들이 민생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춥디 추운 겨울입니다. 아직 이곳에 봄은 멀었습니다. 입춘이어도 꽝꽝한 얼음은 여전합니다. 그러나 봄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새싹은 언 땅을 헤집고 머리를 내밉니다. 거리의 나무들도 순을 틔웁니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그것이 생명들이 가야 할 순명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는 마을의 현실도 저 들판의 풀과 나무들이 추위와 빙설에 저항하며 싹을 내밀듯, 집요하고 용감한 저항을 통해 저 비민주, 비인간, 반통일, 반환경의 간악한 세력들을 끝장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진정한 봄은 이곳에 비로소 닿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나의 봄과 나의 삶을 웃으며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따라서 입춘은 무엇이 우리를 아름답게 만들고 무엇이 우리를 황폐하게 하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하는 시간입니다. 봄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해 보라는 요구입니다. 봄이 시작되었지만 아직은 봄은 아닙니다. 부조리한 시대에는 슬픔과 안타까움조차 투혼으로 전화해야 합니다. 당신과 내가 이곳에 꽃을 피우려면 '저들'과의 싸움은 필연입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젊은이들의 오후는 무슨 색이었을까? (02-06-월, 맑음) (0) | 2023.02.06 |
---|---|
금연 한 달째! ❚ 정월대보름 (02-05-일, 맑음) (0) | 2023.02.05 |
짧지만 강렬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02-03-금, 맑음) (0) | 2023.02.03 |
겨울밤, 문우들과 (02-02-목, 맑음) (0) | 2023.02.02 |
2월부터 더욱 행복해지겠습니다 (02-01-수, 맑음) (0) | 2023.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