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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짧지만 강렬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02-03-금, 맑음) 본문

일상

짧지만 강렬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02-03-금, 맑음)

달빛사랑 2023. 2. 3. 23:51

▮상학 형보다 내가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호텔의 2인용 침대는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묵은 피곤이 몸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있었지만 잠은 비교적 편안하게 잤습니다. 지난밤의 흔적인 테이블 위의 빈 소주병 두 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간을 보니 9시 50분, 부스럭대는 소리 때문인지 상학 형도 잠에서 깼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상학 형은 담배를 피웠는데, 그 냄새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옆방에서 자고 있는 명기 시인과 동만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들도 막 일어나 씻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10시 30분쯤 호텔을 나왔는데, 호텔 근처에 있는 주점 '신코'의 사장 경서가 벌써 가게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뭔 일이래?' 하며 우리는 일부러 눈에 띄지 않도록 골목 안쪽으로 돌아서며 웃었습니다. 밤늦도록 자기 집에서 술 마신 손님들을 아침에 다시 만났다면 얼마나 황당했을까요.▮일행들에게 뭘로 해장할까를 물어보며 해장국집(평양옥)과 냉면집(경인면옥) 등 몇 곳을 추천했더니 모두가 하나같이 냉면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경인면옥에 들러 냉면과 만두, 녹두전을 먹었는데, 동만은 맛이 약간 심심하다고 했고, 상학 형은 "이게 오리지널이지" 하며 만족해했습니다. 잠시 후 후배 설야가 밥값을 계산하러 합류했습니다. 오늘도 한결같이 경인면옥은 문전성시였습니다.▮경인면옥을 나와서 설야가 안내하는 곳으로 차를 마시러 이동했는데, 이름이 'ㅊa'인 희한한 곳이었습니다. 뭐라고 읽어야 하느냐고 물으니 '차'라고 읽는다고 하더군요. 1~2층으로 나뉜 실내 공간은 무척 널찍했고 인테리어도 매우 특이했습니다. 2층 통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겨울볕을 쬐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나른한 상태로 한 시간쯤 그곳에 머물렀습니다.▮서울 사는 동만은 설야가 전철역까지 태워다 주었고, 나와 상학 형은 후배 명기 시인의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그는 우리 동네를 거쳐 상학 형의 집인 안동으로 내려갔습니다. 15시간 만에 돌아온 방은 어젯밤 서둘러 나가느라 어지럽힌 그대로 나를 맞았습니다. 그 정신없는 분위기가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만둣국을 끓여서 요기를 하고 청소를 한 후 한숨 잤습니다. 9시쯤 잘 도착했다는 상학 형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마치 짧은 여행, 그러나 무척 인상 깊었던 여행에서 막 돌아온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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