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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그 세계관 (9-15-木, 흐림) 본문

일상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그 세계관 (9-15-木, 흐림)

달빛사랑 2022. 9. 15. 00:01

 

새삼스럽게 톨킨의 『반지의 제왕』(2001년인가, 연세문학회 선배 한기찬 형이 번역하고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출판한 6권짜리 초기 번역 판본. 현재는 절판된 걸로 알고 있다)을 들척여 봤다. 최근 톨킨 재단과 계약을 맺은 아르떼 출판사에서 『실마릴리온』과 『끝나지 않은 이야기』 등을 새로운 양장본으로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검색하다가 영화 <반지의 제왕>에 관한 유튜버들의 해설과 관람평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또 도미노처럼 연상작용을 일으켜 결국 『반지의 제왕』 이전의 역사와 그 시기 세계관을 탐색하게 된 것이다. 이전 같았으면 주인공 이름은 물론 긴 전문용어들도 어렵지 않게 외웠을 텐데, 지금은 도무지 스캔한 정보들이 머릿속에 저장 되질 않는다. 전 세계 신화는 물론 톨킨 자신이 창작한 다양한 민족, 집단, 지명, 인물들의 명칭은 또 왜 그리 어렵고 복잡한 건지.

 

하긴, 작품이 워낙 방대하고 그 속에 깃든 세계관 역시 복잡다기하여, 연구자들조차 기가 질릴 정도라고 하니, 나 같은 60대 아저씨의 굳은 머리가 책 속에서 자주 길을 잃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톨킨 자신도 이 대작을 써오는 데 50여 년이 넘게 걸렸다고 하니, 『반지의 제왕』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는 불문가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가디언’ 측의 “반세기 남짓한 작업 기간에, 어떻게 한 인간이 민족 하나가 일구어 낼 만한 창작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가?”라는 찬탄은 결코 지나친 헌사라고 할 수 없다.

 

그동안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를 서너 번 보면서도 잘 이해되지 않았던 영화의 내용이 반지 원정대의 전사는 물론 그들이 속한 집단의 오랜 역사를 알고 다시 보니 쉽게 이해되었다. 또한 왜 사람들이 특정한 예술작품이나 예술가(인물들)에게 빠져 덕후(오타쿠, otaku)가 되는지 알 것 같았다. 톨킨이 만든 심오한 세계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종일토록 책을 읽고, 필기하고, 영상을 찾아보고, 평론가들의 분석도 참조하면서 『반지의 제왕』과 『실마릴리온』 속에 그려진 숲과 평원을 헤매고 다녔다. 프로도가 되었다가 간달프가 되기도 하고, 아라곤이 되었다가 엘프인 레골라스가 되기도 한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 천재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에디슨의 말은 적어도 톨킨에 관해서는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 적어도 톨킨의 작업은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작업이란 확신이 든다. 그의 천재성은 아마도 70% 이상이 하늘로부터 받은 게 틀림없다. 이런 대가들의 작품은 계속해서 읽다 보면 자신의 정신적 왜소함과 상상력의 빈약함에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존경과 질투를 번갈아 느끼며, 가끔은 한숨도 폭폭 쉬며 톨킨의 세계를 주유했다. 즐거우면서도 기가 질린 묘한 하루였다. 당분간 탐색은 계속될 것 같다. 오늘 해설서 한 권을 다시 주문했다. 판타지는 확실히 내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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