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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연휴 마지막 날, 시간의 상대성 (9-12-月) 본문

일상

연휴 마지막 날, 시간의 상대성 (9-12-月)

달빛사랑 2022. 9. 12. 00:47

 

연휴가 시작될 때만 해도 '긴 연휴 기간, 뭘 하고 놀지' 하고 고민했는데, 어느덧 연휴 마지막 날이다. 고작해야 영화 서너 편 보고 후배들 만난 거 빼면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나이 드니 시간이 확실히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혹시 이것이 기억(력)과도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젊었을 때는 사소한 모든 것을 기억했다. 그 기억들이 켜켜이 존재하는 한 나의 하루도 쌓인 기억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 그 모든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을 테니까.

하지만 기억력이 떨어지니 굵직굵직한 몇 개의 기억만 머릿속에 남고 나머지는 모두 사라져 버리니 상대적으로 하루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사실 무척 많은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감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주저리주저리 엄마에게 털어놓고 그것의 대부분을 기억의 저장고에 쌓아 두지만 어른들은 기억하고 싶어도 기억할 수 없다. 비범한 기억들 몇 개만 저장고에 쌓일 뿐. 그래서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고 나이 든 이들은 시간이 쏜 살 같다고 느끼는 것 아닐까. 

이건 그대로 공간의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 번 가본 곳인데도 도무지 와 본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넓다고 느꼈던 곳이 어느 순간 좁게 느껴지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인데 가본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그건 분명 기억의 왜곡이거나 착각일 것이다. 기억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결국 기억의 왜곡이든 (나에게만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착각하게 하는) 시간의 상대성이든 모든 것은 나이를 먹어 신체 기능이 약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노화의 일종인 셈이다. 거기다 살아온 날이 남은 날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은 문득  쓸쓸함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다시 시간의 흐름을 주관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마디로 나이 들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겠는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생에 미련이 많을수록 시간의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이고 (빠르게 흐른다고 감각할 거고) 안타깝게 느껴지겠지.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이런 쓸쓸함은 더욱 심해질 거다. 관건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의지의 문제이고 선택의 문제이자 실천의 문제다.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선택하여 얼마나 강력한 의지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못한다면 화살보다 빠른 시간 앞에서 맨날 한숨 쉬며 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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