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나른한 오후, 책장을 펼치며 (9-16-金, 덥고 흐리고 빗방울) 본문
아침부터 잔뜩 흐려 비 오려나 했는데, 습하고 더울 뿐 4시가 다 되도록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 덕적도에는 많은 비가 온다는데, 비는 난바다 위를 산책 중인 모양입니다. 아니면 뭍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오고 있거나. 간간이 부는 바람엔 여전히 물기가 배어 있긴 합니다.
금요일 오후의 청사(廳舍)는 (특히 내 방은) 다른 날보다 무척 조용합니다. 가끔 도착하는 메시지 알림 음과 키보드 소리만 단단한 적요 위에 실금을 긋곤 하지요. 오후가 되면서 눈이 침침해 커피 두 잔을 마시고 초콜릿 세 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선배가 보내준 책을 꺼내 읽습니다. 늘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잊지 않고 보내주는 그 마음을 생각하며 책을 펼칩니다. 한 권의 책이 내게 오기까지, '알맹이'를 마련한 저자를 비롯해 '꼴'을 담당한 숱한 손길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책장을 넘깁니다. 하릴없이 방치되는 허다한 책들의 슬퍼하는 표정을 떠올리며 읽습니다. 비는 여전히 도착 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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