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4월 3일 일요일, 너무 예쁜 봄 날의 전시 본문

일상

4월 3일 일요일, 너무 예쁜 봄 날의 전시

달빛사랑 2022. 4. 3. 00:01

강형덕 作

 

날이 얼마나 좋던지 테라스에 나가 하늘을 보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생각난 김에 그동안 병에 꽂아 수경하던 접란 무더기를 고운 화분에 정성스레 심어 책상에 놓았다. 보기에 좋았다. 화초도 좋아는 것 같았다. 미역국을 끓여 아침을 먹은 후, 산에 갈까 산책 갈까 고민하다가 며칠 전 연락받은 강형덕 화백의 수채화 전시회에 다녀오기로 했다. 같이 갈사람이 있을까 싶어 혁재와 은준에게 연락했더니 모두들 자다 깨어 전화를 받았다. 두 후배 모두 새벽까지 술 마시다 훤해질 때 잠든 모양이었다. ‘쯧쯧, 오늘처럼 눈 시리게 화창한 봄날 오전을 숙취와 늦잠으로 소진해 버리다니, 한심하군’ …… 하긴 나도 그렇듯 소중한 시간을 날려버린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욕망이란 전차에 몸을 실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 눈이 번쩍 떠진다. 후회스러운 날들은 내게도 많다. 

■■전시장(도든아트하우스) 가기 위해 11시쯤 집을 나왔지만 잠깐 홈플러스에 들러 청바지 한 벌을 구매했다. 엊그제 산 청바지가 너무 맘에 들어 한 벌 더 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성격도 급하지, 월요일 퇴근 길에 들러도 되는데 굳이 오늘 갈 건 뭐람. 하긴 내 성정이 본래 그렇다. 일단 마음먹으면 좌고우면 하지 않고 직진하여 일을 처리한다. 세금도 청탁 원고도 마감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다. 꼼꼼한 성격이어서가 아니다. 일종의 강박증이

■■■12시 30분쯤 도든아트하우스에 도착했다. 강 화백은 부재중. 갤러리 내(內) 카페(도든아트하우스는 카페를 겸한 갤러리다) 주인인 듯 보이는 분이 강 화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사실 작가가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었는데…. 어떤 때는 옆에 작가가 있으면 오히려 감상에 방해 된다. 맘에 없는 말도 해야 하고, 의례적인 질문도 던져야 해서 오히려 귀찮다. 아무튼 오래전부터 만날 때마다 "제발 강습만 하지 말고 그림 좀 그리고, 전시도 자주 하자고요."라며 귀에 못이 박히게 잔소리를 해왔던 터라 이번 전시가 (나에게도) 무척 반가웠다.

■■■그림들 중에는 기존 작품이 더러 눈에 띄었지만 그래도 80% 정도는 작년 말과 올해 그린 작품들이었다. 다만 작품 대부분은 소품 같은 느낌이었다. 나의 성화와 채근 때문에 작업에 박차를 가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뭔가 좋은 의미의 자극을 준 것 같아 나름대로 뿌듯했다. 예술가들은 우호적인 잔소리에 자극을 받곤 한다. 나 또한 이상훈과 김영택의 성화가 아니었다면 시집이 더 늦게 출간되었을 것이다.

■■■■■방명록에 ‘화혼무한(畵魂無限)’ 네 글자와 내 이름을 나란히 적고 갤러리를 나왔다. 근처 다인아트 윤 대표에게 전화했다. 마침 윤 대표도 점심 전이라 바텀라인 옆 전주식당에서 함께 식사했다. 식사 후, 다인아트에 들러 내가 편집을 했거나 교정 윤문에 참여했던 표신중 선배 자서전과 《인천이야기》 전집(10권)을 받아 귀가했다. 산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집에 도착하니 피곤이 몰려왔다. 세수를 하고 잠깐 잠을 잤다. 물론 단잠이었다. 오늘 눈길 닿는 곳곳에서 꽃들이 팝콘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명백하게 봄이다. 

 

 

 

 

Comments